2011. 3. 13. 22:31ㆍ탐조/2011년
3월 13일 공릉천, 족제비, 헨다손매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흐렸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탐조 못 하는 평일에는 날씨 드~럽게 맑은데 주말만 되면 이렇게 흐려진다.
날씨가 흐리다 해도 탐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밖에 없다.
그래서 날씨가 어찌 됬든 나는 공릉천으로 탐조를 갔다.
엄마차를 타고 학교 선생님인 노을한테 김치및 여러가지를 전달해주고 엄마는 공릉천 송촌교에서 나를 내려주시고는 가셨다.
웩- 차에서 내리자마자 퇴비 냄새가 아주 죽음이다.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새들이 보이지 않았다.
넓은 논밭에도 오리나 기러기 한 마리 보이지 않았고 물이 흐르는 천에는 소수의 흰뺨검둥오리가 앉아있었을 뿐이다.
(재두루미)
멀리서 재두루미 2마리가 보인다.
그 흔한 오리나 기러기는 안 보이고 처음 보이는 새가 재두루미라니..
갈대밭 너머로 흰뺨검둥오리가 몇 마리 앉아있다.
(날아가는 쇠기러기)
난 녀석들이 날아가지 않길 바라며 재두루미에게 관심 없는 척 길을 걷는데 재두루미들은 나의 걷는 모습도 수상하게 보이는지 옆 논밭으로 날아간다.
너무나도 예만한 녀석들.
이렇게 까지 멀리갔는데도 더 경계를 한다.
덕분에 저 자동차에 타고 있던 사람은 신났다.
재두루미가 가까이 있는 자동차는 겁을 안 내고 멀리 있는 나를 겁내고 자동차 쪽으로 도망을 갔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지만 이럴 때 새들이 좀 밉다.
나도 빨리 나이 먹고 차를 타든가 해야지 원..
(매? 헨다손매?)
앗! 길을 걷는데 매우 가까이서 커다란 맹금류가 저공비행으로 까치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로 찍어보려 했지만
이 맹금류가 워낙 빨라서 날아가는 뒷 모습 밖에 찍지 못 했다.
나는 맨 처음에 이 녀석이 매라고 생각 했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헨다손매라고 하는 무지 무지 귀한 새 같다.
매 성조는 시꺼멓고 매 유조가 그나마 갈색인데 부리는 검은 편이다.
하지만 사진에 나온 녀석은 매 유조처럼 몸은 갈색인 대신 부리에 노란색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이 녀석은 헨다손매 같다.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와서 너무나 아쉽다.
학교를 빼먹어서라도 이 헨다손매를 보러 공릉천을 오고 싶다.
재두루미들이 날아올랐다.
나는 더 이상 재두루미를 간섭 안 하고 뒤를 돌아보니 재두루미가 날아가고 있었다.
자동차에서 사진 찍던 사람이 실수로 날렸나보다.
재두루미들은 건너편 논밭 위에서 빙~ 빙~ 몇 바퀴 돌다가 안전하다고 판단 됬는지 한참 뒤에 앉았다.
착지 후에는 언제나 경계를 한다.
(황오리들)
황오리들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어디선가 무지 무지 많은 기러기 떼의 소리가 가까이서 크게 들리는데
어디서 기러기들이 울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신중하게 주변을 살폈다.
아하~! 가드레일에 가려 기러기떼들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걸어가야할 길과 기러기들이 가까이에 있어 다른 길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길은 오로지 하나 밖에 없어서 그 곳에 가만히 서서 한참을 궁리했다.
(새로 날아오는 쇠기러기들)
그러다 옆에 드라이브를 하러 온 아저씨, 할머니, 애들이 타고 온 자동차가 지나가려고 하자 기러기들이 경계를 한다.
몇 마리는 날아갔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앉아있었다.
이렇게 큰 무리로 앉아있느 녀석들은 편안히 먹이활동을 하는데
옆에 소규모 무리로 이루어져 있는 녀석들은 편안히 먹이를 먹지 못 하고 대부분이 보초를 서고 있다.
하늘 위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길레 쳐다봤더니 갈매기 떼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무지 무지 요란하다.
(먹이활동하는 재두루미)
지난 주에 보이던 재두루미 3마리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놀래 날아가는 쇠기러기떼
(먹이활동하는 재두루미들)
(노랑턱멧새 수컷)
길을 걷다가 옆에 잔가지 숲속에 조그만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가지 않아서 사진을 찍었다.
길가에는 아까 그 드라이브 하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그 가족들은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놀았는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았다.
저렇게 자연속에서 뛰노는 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참새)
(내가 왔던 길로 날아가는 황조롱이)
노랑턱멧새, 참새 들은 날아가고 나도 갈 길을 가다가 황조롱이 한 마리가
아까 노랑턱멧새 찍었던 나뭇가지에 앉았다.
그냥 그대로 앞으로 갈까 아니면 다시 되돌아가서 황조롱이를 찍어볼까 하다가
앞으로 계속 가봤자 보이는 새들도 없으니까 되돌아가서 황조롱이를 찍어보기로 했다.
(황조롱이 수컷)
내가 다가가자 날아올라서 정지비행을 한다.
정지비행을 할 때 내가 접근하자 조금 더 먼 곳으로 날아가서 정지비행을 했다.
이렇게 황조롱이 쫓으면서 접근하면 뭐하나.. 싶어서 갈 길을 갔다.
한참을 걷는데 아까 그 황조롱이가 내 쪽으로 날아와줬다.
내 앞에있는 전깃줄에 앉아서는 내가 다가가면 한 칸 앞으로 날아가고 내가 다가가면 한 칸 앞으로 날아가고를 반복하며
길을 걸어서 지루하지 않고 무척이나 재밌었다.
접근하면 날아가고.
접근하면
날아가고
한번은 사진을 안 찍고 무시하고 그 밑을 그대로 지나가려고 해봤는데도 황조롱이를 무조건 한 칸씩 앞으로 날아갔다.
멀~리 정지비행 하러 날아가는 황조롱이.
(청둥오리 수컷)
공릉천에는 딸랑 이 청둥오리 한 마리 밖에 없었다.
청둥오리는 어쩌다가 무리 속에서 낙오 된건지....
근래에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낚시금지 구역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영천갑문을 걷고 있는데 오도2리 논밭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던 무지 무지 많은 큰기러기들이 내 머리 위로 지나갔다.
사진을 찍어봤지만 망원이라 몇 마리 안 나왔고 너무 가까워서 찍지도 못 했다. 그래서 눈으로만 지켜봤는데 무지 멋있었다.
영천갑문을 건너고 나서 저번 주에 봤던 삵의 사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삵의 사체를 확인하러 갔다.
앗~! 족제비다!
족제바의 털이 주황색이라 그런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나는 전봇대에 숨어서 무릎을 구부리고 족제비를 관찰했다.
족제비는 나를 못 보는 것 인지 빠른 속도로 민첩하게 내쪽으로 접근했고
갈대 사이사이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지리를 다 꿰고 있는 듯 한 족제비는 갈대 사이사이로 들어갔나 나왔다를 반복하는데
한번 갈대 안 으로 들어가면 잠시 후 그 근방 다른 구멍으로 나오긴 하지만 어느 구멍으로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꼭 휴게소나 문방구에 있는 두더지 잡기 게임 같았다.
빼꼼~
족제비 무지 귀여웠다.
눈으로 족제비를 본 적은 조~금 있지만 사진으로 찍는건 처음이다.
족제비가 굉장히 민첩하게 움직여서 아쉽게도 초점이 안 맞거나 흔들린 사진이 많이 나왔다.
족제비가 갑자기 눈에 모습이 안 보일 정도로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빠른 움직임은 처음 본다.
아마 쥐 같은 먹잇감이 나타난건 아닐까..?
SLR클럽 사이트에서 삵이 오리를 사냥한 사진을 본 적이있다. 그 삵도 이 족제비 처럼 오리를 꽉! 물고 있을 때 꼬리가 이 족제비 꼬리처럼
빳빳하게 서 있었는데 이 족제비도 그 삵처럼 꼬리가 빳빳한걸 보니 뭔가를 잡긴 잡았나보다.
그러나 입에 물고 나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진 말고도 다른 2장이 얼굴도 보이고 제일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2장이 둘다 초점이 안 맞았다.
이럴 때마다 내 카메라가 원망스럽다. 워낙 옛날 카메라라 그런것 같다고 생각하며.
족제비는 갑자기 또 입을 벌리더니 순간적인 엄청난 속도를 내며 뭔가를 또 덮쳤다.
이렇게 족제비는 이 갈대 구멍 안 으로 들어가서 이 포즈 그~대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이 틈을 타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 두 세걸음 앞으로 걸어갔는데
풀을 밝는 바그작 바그작 소리가 들리는지 족제비가 갈대 구멍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족제비는 한참 뒤에 갈대 뒷켠으로 나오더니 나를 살펴보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금눈쇠올빼미와 칡부엉이를 찾다가 하늘에 있는 대형맹금류들을 발견했다.
맨 처음에는 흰꼬리수리 인 줄 알았으나 카메라로 확대 해보니 독수리들이 였다.
독수리는 총 4마리가 보였다.
저 멀리 황조롱이 수컷 한 마리가 보인다.
공릉천 걷는 내내~ 보이는 새가 없어서 유승 수리부엉이를 보러 가는 길에 예전에 만났던 황구랑 같이 있었던 백구를 만났다.
내가 그 때 혼자 탐조하는 동안은 조금 심심하고 외로워서 이런 조그만 강아지 친구라도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어서 이 조그만 백구를
꼬셔볼려고 쭈그리고 앉아 박수를 치고 이리오라고 하니 꼬리를 살살살 흔들며 가까이 오다가 자기 주인이 아니라는걸 알아챘는지 다시 뒷걸음을 쳤다.
하지만 곧 다시 가까이 오더니 내 앞에 누워 구르고 손을 핥고 재롱을 피운다.
그렇게 이 녀석이랑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이재흥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주말인데도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래고 3시나 5시가 지나면 수리부엉이가 절벽을 날아다닌다고 찍어보라고 해서 5시 까지 수리부엉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편의점에서 오늘 하루종일 굶으면서 탐조를 했으니 조그만 삼각김밥과 딸기요구르트 하나를 사서 먹은 뒤
수리부엉이 둥지 바위절벽에 도착했다.
맨 눈으로 수리부엉이를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아서 적당한 돌에 앉아서 수리부엉이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때가 거의 2시가 되갈 때 쯤이였다.
(아마도 노랑지빠귀)
얼굴부분이 도감에 나온 노랑지빠귀랑 많이 틀리게 생겨서 좀 헷갈린다.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초록색 풀들이 보인다.
(노랑턱멧새 암컷)
(최근에 식사한 것 같은 흔적)
텃밭을 관리하러 올라오신 마을주민 말에 의하면 작년에는 잘 보였는데 올해 봄에는 수리부엉이가 한번도 안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수리부엉이 둥지 근처에서 수리부엉이 똥이나 펠릿의 흔적이 있나 찾아봤다.
하지만 똥이나 펠릿등 수리부엉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오목눈이)
수리부엉이를 기다리면서 근처에 돌아다니는 조그만 새들을 찍기도 했다.
이런 조그만 새들은 한 동안 가만히 서 있으면 스스로 가까이 온다.
그렇게... 가만히 서있더나 바위에 앉아서 5시 까지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때
최근 신동만PD 아저씨랑 수리부엉이 조사를 하고 계시는 신현칠 선생님에게 법흥리 수리부엉이 번식 성공했나요? 라고 여쭤보니
이 곳 수리부엉이들은 번식을 실패 했다고 한다.
내가 2월 10일날 이 곳 수리부엉이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수리부엉이가 놀랬던 걸까?
나도 수리부엉이의 번식을 실패하게 한 요인이 된 것 같다.
p.s
삵의 시체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누가 줏어간 모양이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벨을 누르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데 주머니가 허전했다. 나는 잠바주머니 바지주머니를 계속 연달아 확인해봤지만 지갑이 안 보였다.
아...어쩌지? 버스가 정류장에서 멈추고 뒷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냥 내릴까...하다가 의자 밑을 확인해보니 히터기? 에어컨? 의자밑에 달려있는 그런 기계 사이에 내 지갑이 있는걸 발견했다. 최근에 엄마가 내 지갑에 빨간색으로 이름표를 달아줬는데 그 이름표 덕분에 눈에 띄어 찾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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