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6. 01:03ㆍ탐조/2011년
3월 15일 황새.
아침에 학교에 등교를 하던 도중, 박평수위원장님께 전화가 왔다.
위원장님은 나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해주셨다. 바로 공릉천에 황새가 와있다는 것이다!
나는 학교 수업을 빼먹어서라도 가려고 했었고 위원장님은 내게 상세히 황새의 위치를 설명 하셨지만 잘 알아듣지 못 하고 "청석교" 라고 하는 다리만 기억하고
나중에 학교에서 컴퓨터로 지도로 찾아봤다.
오전의 수업은 다 듣고나서 점심시간에 습지공모전을 함께 했던 노을 선생님에게 자동차를 타고 황새를 같이 보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차를 타고 같이 가주세요. 라고 부탁을 해봤지만 안타깝게도 오후시간에 다 수업이 있으셨다.
그래서 유일하게 오후수업이 없으셨던 노을이랑 황새를 보러 가게 되었다.
사실 노을 선생님은 습지공모전도 같이 했었고 내가 공릉천에서 탐조하다 우산은 없는데 비가와서
근처 사시는 노을선생님께 SOS를 보내면 자동차로 달려와 주시기도 하셨다.
아무튼
다른 내 친구들도 같이 가고 싶어했지만 가서 황새를 본다는 보장도 없고 다른 오후수업시간이 있어서 같이 가질 못 했다.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노을 차를 타고 청석교에 도착하여 박평수위원장님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물어보셨다.
청룡교 라고 하는 곳에 황새가 있다고 했는데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청룡교 라는 곳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셨다.
(나중에 황새를 관찰하고 나서 학교로 돌아가던 중 청룡교를 발견했는데 한자로 적혀있었고 무지 조그만 다리였다.
게다가 그 다리는 내가 공릉천 탐조 할 때마다 매번 건너고 다니는 다리였다. 앞으로 어디 가면은 다리 이름부터 외어야 겠다.)
노을과 나는 연다산리, 오도리를 자동차로 뺑~ 뺑~ 돌면서 황새를 찾아다녔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왠지 이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 주변보다도 이 황새가 재두루미 처럼 공릉천에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 노을에게 공릉천으로 가보자고 했다.
(공릉천과 무지 가까운 거리임)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리며 공릉천 쪽으로 가던 도중, 앗! 하늘 위에 커다랗고 하얀 새가 빙빙 날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지만 나는 바로 황새라는 걸 직감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많이 보기도 했지만 내가 평소에 상상하던 황새의 모습이랑 똑같았기 때문이였다.
(돌연별이 흰 큰기러기)
황새를 찾는 도중, 오른쪽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기러기떼들이 날아올랐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기러기떼 였지만 왠일인지 날아오른 기러기떼들을 쳐다보게 됬다.
그러다 그 기러기들 사이에 하얀 기러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급하게 창문을 열고 찍어지만 초점이 많이 안 맞았다.
천수만에 흰기러기가 한 마리 와있다는데 이 녀석은 흰기러기가 아니고 알비뇨 큰기러기 같다.
기러기떼를 눈여겨 보기를 잘 했다.
(앗~ 황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랑 똑같았기 때문이였다........ 황새는 커다란 날개를 펼쳐 빙빙~ 날고 있었다.
저러다 상승기류를 타고는 만나자 마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건 아니겠지?! 하고 걱정하며 속도를 내 날고 있는 황새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황새는 상승기류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우리가 왔던 길 쪽에 있는 논밭에 앉았다.
노을은 좁은 강둑 길에서 U턴을 하고 황새 쪽으로 갔다.
위원장님이 황새는 자동차로 접근해도 잘 날아가지 않는다고 하여 한결 마음이 놓였다.
(황새)
그래도 낯선 차량의 등장에 황새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다.
오랫동안 경계를 하고 있다가 하늘에 나타난 헬리콥터 2대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때문인지 잠깐 날아올라 조~금 더 멀리 날아갔다.
황새가 우리를 딱히 위험하게 보지는 않지만 일정거리는 둬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통일동산과 함께.. 황새)
잠시 후 황새가 날아오르더니,
하늘을 빙~빙~ 돌며 날면서
아주 조~금 더 먼 곳으로 날아갔다. 일정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앞 부분 내용)
노을과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창문만 열어 황새를 지켜보았다. 나는 카메라가 있는데 노을은 뭘로 황새를 볼 장비가 없었다.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를 가져올 껄 그랬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강한 바람이 불어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황새는 거센 바람속에서도 꿋꿋이 서서 우리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이내 부리로 몸단장을 하고나서 먹이활동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노을과 나는 조금 더 기다리다가 황새가 우리에 대한 경계가 어느정도 풀렸다고 판단하여 조금 더 앞으로 접근했다.
앞으로 접근했는데도 황새는 날아가지 않았다. (2~3m정도)
이제 편하게 황새를 관찰하는 일만 남았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논둑길에서 새~빨간 옷을 입으신 아저씨 분께서 자전거를 타고 주행을 하여
황새가 날아가버렸다. .ㅜ... 아까 처음 발견 했을 때도 이 아저씨 때문에 날은 것일까? 아까 황새가 있었던 위치랑 아저씨가 오는 위치랑 일치한다.
(날아가는 황새)
황새는 빙빙 돌다가 우리 쪽으로 다시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자전거 아저씨가 아직 그 자리를 안 떠나고 천천히 달리셔서
황새는 여기에는 앉으면 안 된다고 판단 했는지 계속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황새는 빙글 빙글 돌고 있는데 우리 앞 쪽에서 황조롱이가 나타났다. 사실 아까 전 부터 계속 황조롱이가 있었는데
황새를 보고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황조롱이는 작은 하천 위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있었다. 노을은 엑셀을 안 밟고 아주 천천~히 황조롱이에게 접근하셨다.
사실 노을이 접근하려고 한 건지 안 한건지 모르겠지만 내아 황조롱이가 있는 쪽으로 가달라고 하였다.
황조롱이는 정지비행을 높은데에서 하다가 차츰 차츰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데 마침 우리 눈높이 높이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였다.
그러다 다시 하늘을 보았을 때는 황새는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정지비행을 하는 황조롱이)
역광인게 아쉽긴 하다.
정지비행을 하고 있을 때 자동차로 접근하면 황조롱이는 때때로 잘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긴 하지만)
예전에도 황조롱이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찍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가깝진 않았다.
황조롱이는 옆에 있는 자동차를 한번 쳐다보고는 조금 더 앞으로 가서 정지비행을 했다.
노을과 나는 대빵 큰 사진 한장 찍었으니 자동차로 쫓아가지 않고 눈으로만 지켜보기로 했다.
황조롱이는 자동차가 달리는 논둑길 위에서 정지비행을 아주 낮게 했는데 앞쪽에서 달려오던 검은 차량 때문에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노을과 나는 공릉천 강둑길 따라 한 바퀴 재두루미나 황새를 찾으려고 한 바퀴 돌았으나 보이지 않아서 바로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그냥 큰기러기 시체있겠지..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새 시체 사진을 다시 보니 독수리 시체같다.
이런.....
돌아오는 길에도 꼼꼼히 황새가 어디있나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학교로 바로 돌아왔다.
역시 수업시간을 빼 먹고 오는 탐조가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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