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돌곶이습지, 학교(후투티)

2011. 6. 10. 23:30탐조/2011년



6월 9일 돌곶이습지, 학교(후투티)




점심시간에 짬을내서 온 돌곶이습지...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육두문자가 절로 나올 광격을 보게 되었다. 



표준렌즈도 가져왔어야한건데... 


겨울이 되면 말똥가리가 앉던 펜스를 걷어내고 흙을 덮어 단단하게 굳히고 있다.. 


출판단지 제 2단지 조성과 롯데 OUTLET이 들어서고 있다. 



망원렌즈만 가져와서 찍지 못 했지만 노랑부리저어새가 쉬던 장소의 갈대밭은 전부 사라지고 트럭이 다져놓은 듯 한 흙길만 있었다. 



전봇대 구멍 속에서 기르던 참새 새끼들이 이소를 한 모양이다. 아직 어린티가 팍팍 난다. 



조그만 갈대밭 사이에서 덤불해오라기가 뛰쳐나왔다. 


이 어이없는 광경에 바로 학교로 돌아왔다..




미얀마에서 살다 온 스님의 명상 특강이 끝났을 때 창문 밖으로 후투티를 발견했다.


나는 두 말할 것 없이 허겁지겁 카메라를 들고와서 후투티를 찍었다. 




며칠 전에 이소했지만 아직 어미의 먹이가 필요한 까치 유조. 



카메라를 허겁지겁 들고와서 건물 뒤에 숨어서 눈알을 요리조리 굴려 찾아보니 후투티는 땅 속에 부리를 박았다 빼었다를 반복하며 벌레들을 잡고 있었다.


후투티는 부리를 몇번 박았다 빼었다 하니 큼지막~한 굼벵이 같은 애벌레들이 뽑혀나온다. 




갑자기 날아간다.



까치가 내쫓은거였다. 주변에 새끼가 있어서 그런지 귀여운 장난감으로 여기는건지..



(2010년의 후투티,  같은 장소와 비슷한 시기의 사진)



매년 이 시기가 되면 학교 바로 뒷 장소에 후투티는 이소한 새끼와 함께 나타난다. 


이번에도 이소한 새끼와 함께 나타나주길 바라며 6월 10일인 오늘 위장텐트를 학교에 가져가 설치를하고 후투티를 기다려봤다. 


처음 써보는 위장텐트는 왠지 두근두근 거리고 정말로 새가 가까이 올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새들이 위장텐트에 대한 경계심을 풀수 있도록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위장텐트를 설치 해놓고 쉬는시간, 자유시간, 방과후 때마다 들어가 후투티를 기다렸다. 


위장텐트를 덩그러니 설치하고 가자니 누가 훔쳐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어떤 멍청이가 부피가 저렇게 큰 물건을 훔쳐가랴- 싶어서 


조금은 안심하고 수업을 들었다. 



밥을 먹는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위장텐트에 들고가서 먹었다. 텐트 안에서 나는 날파리, 똥파리, 여치, 거미등 다양한 곤충들과 함께 있었다. 


통풍도 제대로 안 되서 바깥날씨는 시원시원한데 텐트 안에서는 땀이 주륵- 주륵- 머리카락 끝에서 방울로 떨어진다. 


새를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동안은 영단어를 외워보려고 했지만 너무 습하고 더워서 그런지 도저히 외울수 없었다. 



3교시에 위장텐트 안 으로 들어가 40분 쯤 혼자 있었을 때 점심시간이 되가자 할아버지와 할머니 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옆에 있는 정자에서 점보따리를 풀고 수다를 떠신다.  예전에는 저 정자가 없었는데 최근에 생기고 나서는 사람이 많이 몰려온다.


그 분들은 내 위장텐트에 관심을 보이며 자꾸 기웃기웃 거렸다. (저리 좀 가주세요..ㅜㅜ.)


새를 보는 중이니 이 장소 좀 떠나주세요. 라는 이기적인 말은 할 수없고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이 위장텐트가 뭐 그리 궁금하신지...


사람이 많은 곳에 설치를 하니 이 지경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날이 안 좋았는지 후투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위장텐트를 써봤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두었다. 


후투티 대신 참새나 멧비둘기 같은 새들은 위장텐트 바로 앞에서 돌아다니며 먹이를 줏어먹기도 했다. 


이번 경험으로  여러가지 주의해야 할 점들을 깨우쳤다. 




위장텐트는 겨울에 효율적으로 쓰일 듯 싶다... 좀 더 일찍 샀어야 한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