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2011. 6. 21. 22:01탐조/2011년

 

6월 19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오전)

 

아침 일찍 동네공원을 찾았다. 8시에 나가려 했으나 워낙 게을러서 9시에 나가게 되었다.

아침에는 공원에 사람이 많은지 없는지 새들은 뭘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갔다.

 

 

 

(까치)

 

 

공원에는 까치들이 정말 많았다. 30마리 정도가 한 장소에 모여있는데 어이구- 뭐가 이리 많은지 솔부엉이가 까치들한테 한번 걸리면 끝장이겠구나 싶었다.

예전에 다음팟에서 이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4381938&q=%EB%B6%80%EC%97%89%EC%9D%B4+%EA%B9%8C%EB%A7%88%EA%B7%80

 

만약 솔부엉이도 이 동영상에 나오는 가면올빼미처럼 될 확률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모래목욕하고 있는 참새들)

 

터벅터벅 길을 걷는데 꾀꼬리들이 시끄럽게 울고있다. 왜 그러지? 하고 가까이 가보니 꾀꼬리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소리도 들린다.

 

깨액!. 사나운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것은 파랑새!!   파랑새가 날아가자 꾀꼬리가 바로 뒤따라가 쫓는다.

 

파랑새는 다른 새 보다 조금 늦게 번식을 해서 육추 중인 새들의 둥지를 빼앗는다.

 최근엔 광릉 숲에 있는 까막딱따구리 일가족을 파랑새 부부가 아비빼고 몰살시켰다고 한다.

 

꾀꼬리 둥지는 작아서 파랑새가 둥지로 못 쓸텐데....  그래도 파랑새가 워낙 사나운 새라 그런지 꾀꼬리 부부는 파랑새 부부를 내쫓았다.

 

파랑새도 2마리 꾀꼬리도 2마리였다.  사진을 찍을려 했지만 너무 재빨라서 찍지 못 했다.

 

(이소한 오목눈이들의 어미)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다가 솔부엉이를 부르기로 했다.

일단 사람들이 없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부엉이 소리 손모양을 만들고 소리를 불기 전에

"혹시 내가 솔부엉이를 불렀다가 까치들한테 발각되어 큰일이라도 나면 어떻하지? 영상에서 봤던 부엉이처럼 되버리는 건 아닐까?"

 

잠시 걱정도 됬지만 그래도 불러보기로 했다.  부- 부- 부엉이 소리를 내가 즉각 답변이 온다.

 

녀석이 부- 부- 불자 나는 나무잎이 무성한 곳 밑에 숨어 다시 부- 부- 하고 소리를 냈다. 녀석은 조금 씩 조금 씩 장소를 바꾸면서 부- 부- 하고 우는데

서로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녀석은 어느순간에는 왼쪽에서 들렸다가 어느순간에는 오른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장소를 바꿔가며 나는 것 같은데 나는 순간의 모습이 좀 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도 녀석처럼 장소를 바꿔가며 밑의 낙옆을 밟아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 조심 한발 짝 한발 짝 걸으면서 이동해서 부엉이 소리를 냈다. 나랑 솔부엉이는 정말 오랫동안 이렇게 숨박꼭질을 했다.

 

숨박꼭질을 하고 있는 어느순간 소리나지 않게 걸으려고 옆에 있는 맨들맨들한 나무를 잡았다.

 

그 나무를 잡는 순간.....

 

 

 

 

송충이다....나무 뒷편에 가시많고 징글징글하게 생긴 송충이가 있었다. 나무를 딱 잡는순간 따가움을 느끼고 나무 뒷편에 송충이가 있다는 것을 느겼다.

 

에이~씨 어떻게 하필 이 높이에 이 나무에 앉아있다. 재수가 겁나게 없구만.... 손가락에 무수히 많이 박힌 가시를 하나하나 다 빼며 다시 솔부엉이와 숨박꼭질을 했다.

 

나는 내 앞에 솔부엉이가 앉으면 사진 찍기 좋은 나뭇가지들 앞에 앉아서 부- 부- 하고 소리를 내었다.

 

 푸드덕-! 솔부엉이가 나를 지나쳐 뒷 쪽으로 앉았다.

 

 

드디어 솔부엉이와 숨박꼭질이 끝났다. 녀석이 모습을 드러내줬지만 역광이였다..

 

 

부- 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솔부엉이를 (내가 내는 부엉이소리)  찾는 솔부엉이.

 

역광이라니.. 무척이나 아쉬웠다. 지금 나뭇잎 뒤에 숨어서 녀석이 날아가지 않고 있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움직이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런-! 까치가 솔부엉이를 발견했다.  녀석은 다른 까치를 부르는 듯 깍! 깍! 거리며 시끄럽게 울어댔다.

 

아-이씨.. 솔부엉이를 괜히 불렀나?   솔부엉이도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까치를 쳐다봤다.

 

나는 까치가 깍! 깍! 거리는 타이밍에 맞추어 한발 짝 한발 짝 움직였다. (까치가 울때 솔부엉이가 까치를 쳐다본다.)

 

 

까치를 쳐다보는 솔부엉이... 빛만 좋았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까치가 날아가자 잠시 후 솔부엉이도 날아갔다.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 되자 않아서인가..?

 

 

(똥꼬~)

 

솔부엉이가 날아가서 다시 솔부엉이 소리를 내었다. 바로 답변이 왔다.

 

솔부엉이 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데 어딨는지 모르겠다.

 

뭐지? 소리는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데.....   어딨나 해서 머리 위를 보니 바로 위에 있었다.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아래라서 녀석이 부- 부- 우는 타이밍을 노려서 조금 씩 조금 씩 장소를 옮겼다.

 

 

 

(날개가 가려운 솔부엉이)

 

 

 

좀 뒤로 와서 사진을 찍자니 앞의 나뭇가지가 애석하게 걸린다.

 

 

 

솔부엉이는 부- 부- 하고 울 때 턱밑의 하얀 털이 보였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수리부엉이도 그러던데.

 

 

 

 

누구냐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솔부엉이..  내가 낙엽을 밟아 소리를 낼때만 쳐다보다가 가만히 있으면 또 부- 부- 운다.

 

 

 

사진을 찍느라 오랫동안 부엉이소리를 내지 않다보니 녀석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기지개 피고 여기저기 긁는다.

 

 

이제 녀석이랑은 작별을 하려고 움직이자 쳐다본다.  

 

내가 산책로 쪽으로 나가는데 녀석이 내 곁으로 날아왔다. 왜 날아왔지?

 

빛도 좋은 자리로 날아왔는데 나뭇잎에 가려서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곤 바로 날아갔다.

 

 

여기저기 이소한 산새들이 많이보인다. 박새..참새..오목눈이..

 

 

6~80cm 앞에 있는데도 안 날아가던 직박구리 .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뒤로 물러나 사진을 한장 찍어줬다.

 

 

녀석들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음수대에서 직박구리가 목욕을 한다.

 

 

 

목욕을 한 뒤에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앉아서 깃털을 말린다.

 

11시 40분 쯤에 집으로 돌아갔다...

 

(오후)

 

집에서 밥을 먹고 오후에 위장텐트를 들고가서 솔부엉이 둥지 일지도 모르는 구멍 앞에 펼치고 위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선 위장텐트 안 에서 앉아있어야 하니 롯데마트에 가서 조그만 낚시 의자를 샀다.

 

의자를 사고 집에 와서도 좀 많이 긴장이 되었다. 사람이 많은 공원인데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내 위장텐트에 관심을 보이면 어쩌지.. ?

 

우선 위장텐트를 가져가서 펼칠 때의 순서도 머릿 속으로 다 정리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1. 위장텐트를 재빨리 펼친다. 2. 들어가서 낚시의자를 펼친다. 3. 카메라를 삼각대에 붙인다..등등... 좀 많이 긴장이 되서 그런지 머리가 잘 안 돌아갔다.

 

아무튼 동네 슈퍼에서 2L 물도 한통 들고 위장텐트, 카메라, 메모지, 영단어집, 삼각대, 2L 물통, 낚시의자 등을 들고 일단 동네공원에 가긴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다행히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대신 이런 조그만 공원에 산악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2인조 40대? 50대 아저씨들이 다녔다.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건지..참.

 

 

 

일단 결심한 것을 실천에 옮기긴 했다. 휴~ 좀 긴장된다.

 

사람들이 없는 길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눈치를 채진 못 했다.

 

 

 

지~루한 텐트 속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가져온 영단어와 목 마를 때 마시려고 가져온 생수는 그냥 땅바닥에..

 

 

 

심심할 때 기록과 그림을 그리려고 가져온 메모지.  그림은 안 그리고 거~의 글만 썼다.

 

 

 

아래 내용은 메모지에 기록했던 내용들이다.

 

2011.06.19 동네공원 (솔부엉이, 위장텐트 속에서)  대략....3시 30분에 도착.

3시 56분 부터 기록 시작.

 

위장텐트 안에 들어갈는 순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오늘 새로 산 조그만 이 낚시 의자는 허리가 아파 죽겠다. 게다가 삼각대에 설치해놓은 카메라와 내 눈높이와 맞지 않아 불편하다. 바깥 나뭇잎들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데 여기 안에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후아~ 더워)

 

모기 1마리가 잡힐듯 말듯 나의 피로 자신의 배를 채운다. 망할자식....    히유~ 덥지만 않으면 너무 좋겠다.

솔부엉이의 둥지일지 모르는 나무구멍 앞에서 부엉이 소리를 내었다. 그랬더니 잠시 후 다른 장소에서 솔부엉이 소리가 들린다. 여긴 둥지가 아닌가..?

녀석은 계~속 장소를 바꿔가며 다른 울음소리의 정체(나)를 찾아다닌다. 괜히 했나보다...   

 

모기가 문 자국이 가려워 손ㄴ톱으로 벅벅 긁으면 손톱 사이에 때가 한가득 낀 상태로 나온다. 으...더러워라.. 땀이 주륵주륵 쏟아진다.

내가여기서 뭘하고 있는거냐...기록할 종이와 펜을 안 가져왔더라면 심심해 죽을뻔했다.

 

4시 27분 P.M 

녀석이 갑자기 다시 울기시작했다. 혹시 저 나무구멍에 있을지 모를 암컷을 부르는 신호라면 좋을텐데...

 

4시 36분. P.M

녀석이 내 텐트 위에서 울고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더러 사진 찍을 폼이 안 나온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왠 아저씨가 어흠!하더니 내 쪽으로 온다. 아~ 이런 일이 일어날줄 알았다. 했는데 쪼르륵~ 소리가 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어보니 그 아저씨가 노상방뇨를 하는 소리였다. ㅡ,ㅡ;; 그나저나 위장텐트 안에서는 사진 찍기가 엄~청 불편하다. 의자 높이가 높으면 좀 편하겠다.

 

4시 45분 P.M

여기저기서 꾀꼬리 소리가 들린다. 젠~장 무진장 덥고 무진장 불편한 이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다. (인내심 하고는...) 어떻게 하면 저 나무구멍이 솔부엉이 둥지일지 아닐지를 안 수 있을까? 정말 미치겠다.

 

5시 42분 P.M

샛노란 옷을 입은 아이가 길이 아닌 길로 뛰어와서 내 위장텐트 앞에 서서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내가 "좀 나와줄래?" 하니 또 길이 아닌 길로 뛰어간다.

젠장 모기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또 나를 괴롭힌다.

 

5시 59분 P.M

만세~! 드디어 모기 한 마리를 잡다. 우하하하!

 

6시 34분 P.M

4시 쯤 부터 배고파오더니 지금은 엄청 배고프다;. 미치겠다. 앞으론 간식거리라도 챙겨야 겠다.

 

6시 42분 P.M

녀석이 울기 시작했다. 나무구멍에서 멀지 않는 위치에서 들린다.

 

7시 13 P.M

아~까 전부터 오른쪽 약지발가락이 가려워서 모기한테 물린건가? 했는데 지금은 화끈화끈 하기까지한다. 개미한테 물렸나보다...ㅡ,ㅡ

 

7시 44분 P.M

머리 위에서 녀석이 울기 시작했다. 그럼 아까 엄마왔을 때 내가 텐트에서 나가고 들어가는 모습을 다 봤을텐데...(이 내용은 밑에..)

7시 58분 P.M

날도 어두워지고 이제 집에 가려는데 위에 솔부엉이가 있다. 어찌해야 하나? 그나저나 내가 발견한 구멍은 둥지가 아닌가보다. 아니면 아직 알이나 새끼를 안 낳았거나...

솔부엉이가 계속 텐트 위에서 울고있다.

 

 

 

(텐트 밖으로 지는 햇살이 보인다.)

 

 

 

 

점 점 어두워진다.

 

 

7시 30분 쯤에 엄마가 랜턴을 전해주러 오셨다.

야간에도 불빛을 비춰서 기다려보려고 오시는 길에 랜턴 하나만 사달라고 했었는데 천장에 달아놓는 랜턴을 사오셨다.

 

음...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8시에 돌아가겠노라고 말하고 엄마는 먼저 집으로가셨다.

 

 

8시 5분에 텐트 밖으로 나와서 짐을 챙겼다. 이것저것 가방에 넣고 위장텐트를 위장텐트 가방 안에다가 넣어야하는데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8시 30분에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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