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새홀리기 위장.

2011. 7. 8. 22:45탐조/2011년


7월 6일 새홀리기 위장.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운수 좋지 못 한날..


매년 새홀리기 한쌍이 학교 근처인 심학산 어딘가에 항상 번식을 합니다. 그래서 둥지도 열심히 찾고 있긴한데... 좀 어렵네요. 


새홀리기는 항상 해질녘 쯤에 학교 하천에서 잠자리를 사냥합니다.  비행 사진을 찍을 기회는 많은데 매번 놓치고 마네요. 


잠자리를 사냥하고 나면 학교 옆옆 건물 옥상 안테나에 날아가 식사를 합니다. 이 안테나에 제일 많이 앉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위장텐트를 가지고 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보리라고 결심했습니다. 물론 허락은 구해야하지요.


건물 앞에서 서성서성거리며 기다리다가 회사직원분이 들어가는 순간 인사를 드리고 저는 저~ 옆건물 학생인데 여기 옥상에서 매과 종류의 새가 식사를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설명을 드린결과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주셨습니다. 휴~ 침착하게 잘 설명해서 다행이였습니다. 


저를 옥상으로 안내를 해주시면서 여태까지 옥상에선 그런 새를 한번도 보지 못 했고 그런 새가 잠자리를 잡아먹는다는게 믿기 힘드신지 계속 물어봅니다.  인상도 굉장히 따듯해보이시는 분이였어요. 


옥상에 밑에 있는 테라스로 가는 문을 지날 때 안테나에 앉아있는 새홀리기가 보였습니다. 아차차~ 날아가버렸네요. 어차피 위장텐트 펼치려면 새홀리기가 없을 때 해야하고.. 뭐 잘 됬네요.


옥상 안테나 바로 옆에 위장텐트를 펼치고 촬영준비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옥상까지 안내해주신 분은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인쇄부 형님이 허락해주셨다고 말하라고 한 뒤 가셨습니다. 


새홀리기는 자리를 떠나고 돌아오는데 짧으면 30초 늦으면 5분 만에 돌아오기 때문에 빨리 위장텐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위장텐트 안에 들어갔더니 너무 좁게 세팅해놔서 천장을 좀 더 높게하려고 텐트다리를 올릴 때 "깩!" 하는 새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뿔싸! 새홀리기가 어느새 돌아와서 처음보는 낯선 것이 들썩들썩 움직이는걸 본건가? 동작을 멈추고 살며시 새홀리기가 앉는 안테나를 살폈습니다. 없더군요. 


텐트 천장 높이 조정을 마친 후 혹시 생길 여러가지 상황들을 생각하며 여유롭게 새홀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해질녘 때의 시간이라 빛도 좋았습니다. 녀석이 저 안테나에 앉아서 잠자리를 뜯어먹는 모습을 찍는 걸 생각하니 싱글벙글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내심은 떨어지고 조급증이 생겼습니다. 빨리 저녁도 먹고 야자하러 가야하는데.. 


위장텐트 밖으로 한번 나와봤습니다. 옥상에서 근처 일대를 둘러보며 새홀리기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에-이...아까 텐트 안에서 천장높이 맞출 때 깩! 하고 운 녀석이 새홀리기가 맞는가보다. 하고 한숨이 나왔죠. 


어찌됐든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또 기다림....  6시 5분이 되고 저 멀리 보니 친구 한 놈이 저녁 먹으러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나도 빨리 저녁먹어야 하는데...  아까보다 더 심한 조급증이 났습니다. 에-이! 안되겠다. 오늘은 접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텐트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텐트 정리하는게 익숙치 않아서 힘듭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옥상 문을 닫는순간 자리에 두고 온 휴대폰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옥상으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깩! 깩! 깩~깩!" 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렸습니다. 


............ 아.... 진짜 얄미워라.. 조금만 더 기다릴껄!! 아주 조심~스레 나가서 머리 위에 있는 안테나를 살폈습니다. 어이구~ 새홀리기가 노을 빛 햇살을 받으며 아주 맛있게 잠자리를 뜯어먹고 있네요. 어휴~ ..승질뻗쳐서 증말


다시 조~심 스럽게나가서 새홀리기가 안 보이는 사각지대에서 위장텐트를 펼치고 녀석이 다시 잠자리를 잡으러 나가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녀석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는 군요. 위장텐트를 후다닥 들고 안으로 들어가서 녀석이 날아오길 기다렸습니다. 녀석이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하니 흥분이 됬습니다. 덕분에 또 조급증이 생겼죠. 뭐지? 왜 안 나타나지? 밖으로 나가서 확인해볼까?  수 많은 고민을 할 때 새홀리기가 휙-! 하고 나타났습니다. 그 순간 심장이 꿍-! 하고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으며 무척이나 흥분이 되었습니다. 녀석이 안테나에 앉기 직전의 모습까지 보고 카메라로 안테나를 봤습니다. 어? 이상하다? 안테나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 아무래도 회색빛깔 옥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초록색 빛깔 위장텐트가 신경쓰이나 봅니다. 앉는 척 하다가 날아간 모양이군요. 하~ 기운빠집니다. 


그리고 나서 위와 같은 일이 한번 더 일어나고..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카메라만 챙기고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위장텐트를 두고 오면 새홀리기가 위장텐트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지지 않을까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정문으로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누가 부릅니다. 어떤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여기는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며 나가라고 했습니다. 나는 처음에 옥상까지 안내해주신 분이 이런 일이 있으면 인쇄부 형님이 허락해주셨다고 말하라고 한 것이 잘 기억이 안 나서 우체국 아는형님이라고 했나? 뭐라고 했지? 하다가 여기 형님이 허락해주셨다고 말했더니 무조건 나가라고 합니다.


 흠..처음부터 설명해줘야하나.. 사실은 옥상에 새 찍으려고 허락을 받았고 그래서 어쩌구 저쩌구... 주구절절 설명을 했더니 그 허락해준 사람을 불러오라고 하는겁니다.  의심스럽다는 말투하며 나에 대한 표정이며.. 별로 기분이 좋지 못 했습니다. 일단은 그 건물을 나왔습니다. 밥 먹고 나서 위장텐트를 챙겨가야지...하고.


식당에 가서 먼저 간 친구들이 어디 앉아있나..? 살피고 계산대로 돌아오니 방금 전만 해도 없었는데 회사에서 단체로 몰려온 듯한 아저씨들이 줄을 쫘-악 섰더군요. 


쇼핑몰 지하 식당코너라 계산이 먼저입니다. 번호표 받아서 가져가는...


게다가 이 분들이 전부 저랑 같은 메뉴를 시키지 뭡니까..? 하-아...이 분들 음식 다 나오기 전에는 내 음식이 안 나오다는....


아무튼 오랜 기다림 끝에 저녁을 먹고 다시 위장텐트를 가지러 갔습니다. 

바로 정문에서 아까 그 50대 아저씨를 다시 만나고 옥상에 위장텐트를 놓고 와서 가져가야 한다고 했더니 또 무조건 나가라는 겁니다. 


아까 위장텐트 사진을 (윗 사진) 안 찍어두었으면 어쩔뻔했는지... 카메라에 있는 텐트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옥상에 텐트를 가지러 갔습니다. 물론 같이 갔습니다.  옥상 올라가는 내내 나는 더 이상 설명하기도 귀찮고 죄송합니다. 만 반복했습니다.  제 뒤를 따라오면서 에-이 씨! 환장하겠네 또는 미치겠네를 반복하며 여길 왜 들어왔냐고 내가 당신 건물 옥상 왔다갔다 하면 좋겠냐는 둥..    네- 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옥상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더 큰소리로 정말 미치겠네! 이런 곳을 왜 들어오냐며 당신 텐트 뒤에 있는게 안 보이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허-걱! 내 텐트 뒤에 "경고. 초고압전류"  라는 경고문이 있더군요. 무슨 기계(?)도 있고... 휴~ 큰일날 뻔 했다.. 


옥상에서 나와 다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를 반복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습니다..하고 나왔습니다. 사진 찍기엔 정말 좋은데... 이 곳에서 텐트를 펼치고 새홀리기를 찍는 건 나름 오랫동안 생각해온 일인데 이렇게 무너져버리네요. 


다시 사장님께 잘 말씀드려서 찍어보고 싶은데..하-아.. 어찌해야할런지




새홀리기가 여기 앉기 모습을 바랬을 뿐인데..ㅜ.. 건물 사장님은 왜 사진촬영을 허용 안 할까...


이 사장님 성격을 보아 인쇄소 형님을 불렀으면 큰일날뻔했네요.. 괜히 해를 끼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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