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5. 21:18ㆍ탐조/2011년
8월 5일 솔부엉이 둥지
(이번 글은 완전 일기)
며칠 간, 하루종일 컴퓨터를 쳐다봐서 그런지 눈이 심하게 아팠다. 그래서 잠시 휴가라도 할 겸, 해야할일을 뒤로 미루고 가벼운 마음으로 솔부엉이를 보러갔다.
도착 시간 11시 44분~ 너무 늦게 일어났다. 예전부터 애들이랑 같이 솔부엉이를 보러오기로 했는데 내내 시간이 안 맞다가 방학인 지금 여유가 생겼다.
병현이가 온 다는데 마침 이사를 하러 올 집보러 주엽역에 있단다. 얼렁오셔~
원래는 병현이가 안 오면 바로 부엉이 소리내서 솔부엉이를 보려했는데, 병현이가 오는동안 부엉이 소리 내지않고 여유롭게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카메라와 가방을 내려두고 쌍안경만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하나 봐두었던 까치둥지 근처에는 솔부엉이가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여유로워서 급하게 찾지 않고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서 편했다.
그러다가~~ 나도 이제 이글아이(Eagle eye) 경지까지 오른 것일까. 녀석을 찾았다. 캬캬캬
부엉이 소리를 내지 않고 바로 찾다니.. 노력의 결과가 나오니 뿌듯해도 보통 뿌듯한게 아니다.
녀석이 뒷모습으로 있으니 짐들을 챙기고 건너편으로 돌아갔다.
녀석의 정면 방향으로 도착하니 "어?" 여기에도 까치둥지가 하나 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여요.)
'설마 설마.. 저게 녀석의 둥지일까' 쌍안경을 들고 찾아봤다.
(이 까치둥지)
카메라를 삼각대에 두고 확인해봤다. 얼레? 나뭇잎 뒤로 부엉이 같은게 보이는 것 같다.
이~~~~~~야!!!! GAME OVER 드디어 녀석의 둥지를 찾았다아~~~!!!
푸헤헤헤 저 녀석 너무 귀여워
쌍안경으로 좀 더 찾아보니 성조도 보였다.
야행성인 녀석이 지금 졸린건 당연한 일. 하품...
햇빛을 받아먹는 녀석. 하품을 아주 많이 한다.
병현이가 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뛰어온다. 다현이도 잠깐 보인 것 같은데 그냥 갔나보다.
장비들을 들고 둥지를 좀 빛이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모기 드글드글 풀숲으로 들어갔다.
나무 숲속에 들어가자 솔부엉이가 한 마리 더 보였다. '응? 아까 걔인가?' 위치상 다른 녀석 같다. 두눈 말짱 뜨고 둥지를 지키는 듯한 모습이 수컷같다.
처음에는 빛이 좋은 자리에 있었는데 날아올라서 이런 역광인 자리에 앉았다. 솔부엉이가 날아오를때 나도 모르게 "야!" 하고 소리질렀는데 왜 소리 질렀는지 모르겠다.. 반사적으로 나온 것 같은데 앞으론 조심해야겠다. 내 몸도 제대로 다루지 못 하니 원..
새끼가 보인다. 근데 뒷 모습이다. 숲 속에 들어온지 몇 분 되지도 않았은데 발목에만 모기 한테 4방 물렸다.
새끼도 뒷 모습이고 숲속에 있으면 솔부엉이 수컷이 우리를 좋게 보지 않아 자리에서 나왔다.
"필드 스코프 있으면 좋은데.."
"아 가져와 그거 얼마나 멀다고" 송병현 이 놈은 자기가 가져올 것도 아니면서 가져오란다. 갔다오는데 10분이나 걸리는데..
"준범이하고 동훈이도 오면 가져온다." 이 자식, 준범이를 부르기 시작한다. 다행히 준범이는 어디 간다고 안 오시고.
동훈이에게 전화를 건다. 마침 할 짓도 없어서 오긴 온다는데 "아..나 샤워도 하고.. 이빨도 좀 닦고..옷 좀 입고.."
푸핫! 사춘기 동훈. "걱정마~ 길 거리에서 너 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병현이가 능청스런 목소리로 말한다.
5분만에 뛰어온 동훈. 자식이 집도 가까우면서.
필드스코프 대신 카메라로. 이 놈 내가 똥침 눌까봐 똥꼬 가리는거 봐라. 가관이다. 오리궁뎅이
(카메라로 솔부엉이 새끼를 보고 있다.) 동훈이 맨 처음에 볼 때는 S라인이 환상이였는데 사진 찍으려고 하자 피한다.
사정사정 설득을 해서 다시 보게 했는데 아까 그 라인이 안 나온다. 에이~
바로 이 녀석!
그때 갑자기 매미 한 마리가 내 목에 붙었다. "가아악!!" 까마귀같은 이상한 비명이 나왔다. 다행히 녀석은 이 나무로 다시 날아갔다.
무슨 매미? 말매미?
(오색딱따구리)
오늘은 부엉이 소리를 내서 솔부엉이를 안 보려고 했는데, 이 녀석들에게 부엉이를 보여주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
"자아- 이제 부엉이 소리 낼테니까 녀석이 가까이 와서 우릴 쳐다보고 있을 땐 절~대 움직이면 안돼" 부우 부우 부엉이 소리를 내려고 하자 동훈이가 오색딱따구리를 발견했다. 찰칵 찰칵, 잠시 오색딱따구리를 지켜봤다. 꾀꼬리 한 마리도 날아다니는데 녀석은 찍기가 힘들어서..
"부- 부-, 부- 부-" 솔부엉이 소리를 내자 녀석도 답변을 한다. "부- 부-"
소리가 꽤 멀리서 들린다. 녀석이 가까이 오도록 다시 부엉이 소리를 내려는데 동훈이가 저 새는 뭐냐고 한다.
뒤를 돌아보니 나무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아있는데 역광이라 직박구리 인줄 알고 다시 부엉이 소리를 내려는데 아무래도 직박구리 같은 느낌이 안 느껴져서 동훈이 자리에 서서 이 새를 확인하니 솔부엉이다. '아니 우리 바로 뒤에서 울고 있었는데 왜 멀리서 우는 것 처럼 들렸지? 그것도 반대편에서..'
부- 부- 성조가 2마리 인걸 확인 했는데 1마리만 나타난다. 1마리는 그 동안 둥지에 가있나보다.
병현이가 다시 소리 내보라고 해서 한번 다시 소리를 내어봤다. 녀석이 가까이 있을 때 소리를 다시 내는 건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반응이 있나 궁금하기도 했다.
뭐...당연한 결과대로 녀석은 소리나는 방향을 째려본다. "애들아, 절대 움직이지마" 라고 말했던 나의 모습을 벌써 까먹었는지 병현이가 갑자기 쭈그리고 앉는다.
이 녀석이 물고기를 좋아해서 탐어를 자주 다니더니 머리도 물고기가 되었나보다. 솔부엉이는 날아갔다.
다시 새끼에게 돌아왔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나무가 흔들리는데 잘 앉아있다 싶더니 날개를 퍼덕이며 균형을 잡는다.
솔부엉이 새끼 많이 확대한 사진.
머리도 긁적 긁적 긁는다.
이 이후로는 뒷모습만 보이고 배가 하도 고파서 중국집으로 고고~
남궁으로 왔다. 만만한 고급 중식 레스토랑.
동훈이놈은 자기는 밥 먹고 왔다고 내가 특별히 단무지를 4개나 주겠다는데 먼저 갔다. 나에겐 6000원이 있었고 병현이 한텐 10000원이 있었다.
짜장면은 6000원이 여서 나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한 마음으로 일반 짜장면 하나 시키려는데 병현이가 자가 10000원 있으니 곱배기 시키자고 해서 둘 다 곱배기 시켰다.
곱배기는 대충 7000원 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산을 하려고 보니 16000원... 돈이 딱 맞는다. 결국 병현이 차비가 다 사라졌고 그냥 집까지 걸어보낼수 있었지만 대인배인 내가 교통카드로 대주고 왔다. (교통카드 잔액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학원으로 가는 길에 솔부엉이 둥지를 보니 노을 빛에 정면으로 제대로 맞는다. 내일은 오후 늦게 해질녘 시간 때쯤 가봐야겠다. 날씨가 좋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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