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2012년

7월 22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김어진 2012. 7. 25. 00:22


7월 22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사실상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의 첫 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학교 8학년 학부모 모임에 가서 점심을 얻어 먹었는데 내가 자리에 끼자 대화의 주제가 새가 되버린다. 

 내 친구이기도 하고(라고 나는 믿는다.) 내 친구의 아빠 이기도 한 분이 자기 집 근처에 꾀꼬리도 보이고 오색딱따구리도 보인다고 하며 새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러다가 밤에 솔부엉이 소리를 들었는데 나를 만나고 나서는 이런 새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하신다. 


솔부엉이라... 얘기를 듣고나서 솔부엉이를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곧장 동네공원으로 왔다. 

한 아주머니께서 부- 부- 하는 소리가 매년 들렸다고 하기는 했지만 솔부엉이가 매년 이 공원에서 번식을 한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공원에 그대로 솔부엉이가 있기를 바라면서 공원으로 갔다. 



작은 산새들은 벌써 번식을 다 끝냈는지 공원을 관리하시는 분들이 달아준 인공새집이 비어있다. 



(박새 유조)


올해 태어난 새들은 이소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나보다. 박새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다니며 재잘재잘 떠들면서 날아다녔다. 



(멧비둘기)

덩치가 커다란 멧비둘기가 의외로 눈에 안 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럻게 날개짓을 안 했으면 못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나 덩치가 큰데도 이 녀석들 번식을 어디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은밀함과 조용히 살아가는 습성 덕분에 천적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거겠지만.. 



(박새 유조)


박새 새끼가 어미로부터 받은건지 아니면 직접 사냥한건지 용케 나방 한 마리를 먹고 있다. 

내 생각엔 직접 사냥한 것 같다. 어미가 줬더라면 바로 목구멍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장한 녀석!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솔부엉이)


'솔부엉이가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한참을 해맸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아주 갑자기 내 시야에 떡하니 솔부엉이가 들어왔다. 

깜짝 놀랐다. 

하하~ 이걸로 솔부엉이가 매년 이 곳에서 번식을 한다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둥지만 찾으면 된다. 

작년에 썼던 둥지나 다른 나무에 있던 까치둥지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솔부엉이들은 크기가 알맞은 나무구멍이나 까치둥지를 사용하는데 이 곳 솔부엉이들은 까치둥지를 빼앗아 사용한다. 

근데 이놈의 까치둥지들이 눈에 쉽게 띌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보인다. 



이 곳에 내 사진을 넣고 싶다....  여기에 들어가지 않은 새들이 많네. 



작년, 내가 미국을 떠나기 전에 주황날개꽃매미를 퇴치하는 목적으로 이 공원에1년간 농약을 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한 수상한 아저씨가 이 나무에 농약을 뿌렸었다.

그 농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나무는 죽어있었다. 



그 나무에는 이런 열매가 달려있었지.... 



뭐가 보이겠냐만은... 혹시나 뭘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 해가 완전히 지고 가로등이 켜질 때까지 공원에 남았다. 

어둡긴 해도 솔부엉이가 검은 그림자로 변신해 숲 속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쳐다보면 얘들이 둥지가 있는 나무에날아가는 걸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하고 운동기구에 앉아 숲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운이 좋았다. 솔부엉이의 둥지는 숲 속 깊숙한 곳에 있는게 아니라 숲에서 홀로 약간 똑 떨어진 나무에, 사람들과 운동기구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었다. 

나는 솔부엉이가 두 번이나 그 나무에 앉는 것을 보고 저 나무에 둥지가 있을거라 짐작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해가 뜨면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