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전거 여행 (3)
11월 2일 ~ 7일 제주도 자전거 여행.
하필 가장 힘들었던 코스를 전날 동행해준 경호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자전거 일주 4일 통틀어 서귀포에서 성산까지 이어지는 이번 구간은
내가 꿈꾸어온 이상적인 휴가의 모습이 현실로 실현된 곳이었다.
곧게 잘 이어진 해안도로 덕분에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었고
길이 평탄해서 전날처럼 하체를 혹사 시킬 일이 없었다.
끊임없이 스치는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그토록 바라던 '자유'를 짧지만 분명하게 향유했다.
휴가 나온 군인은 단지 목줄이 잠시 길어진 개나 다름없다 생각했다.
결국엔 다시 개집으로 순순히 들어가야 하는 구속된 존재.
그러나 이 날만은 뭉게구름이 유유히 흐르는 하늘 아래서
청명한 해안 바람을 맞으니 자연스레 현실을 잊었다. 평온했다. 여행 온 보람이 있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나날게스트하우스> (만족)
천지연 폭포로부터 흐르는 계곡.
아래 원앙들이 있다.
어진이 ㅎㅇ
그냥 관광지. 쇠소깍.
사람만 많다.
파란선으로 쭉- 그어져 있을 뿐인 자전거 도로는
해안도로에도 있었지만 주로 차가 쌩쌩 다니는 일주도로에 있었다.
표시를 따라서 가면 길 잃을 걱정도 없고 시간도 단축되겠지만 심각하게 재미가 없었고
표시를 벗어나면 마을 구석구석 다닐 수 있는 골목길과 해안도로를 탐험할 수 있지만
자칫 길을 잃고 시간과 체력을 허비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제주의 풍경 한 조각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소음과 매연 가득한 도로보다는 언제나 미로를 선택했다.
다행히 길은 어디로 가든 결국 이어지기 마련이었고
좌우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감으로 때려맞추는 재미도 있었다.
미련하게 길을 헤맬 때도 있었지만 해안도로만을 고집한 덕택에
아무도 모를 법한 비밀스러운 마을길들을 만났고
의도하지 않게 올레길 코스 몇 구간을 진입하기도 했다.
'자전거로 갈 수 있을까?'
'길이 거칠어서 바퀴에 구멍 나면 어떡하지'
위 사진과 같은 올레길 초입에서 항상 들었던 걱정이다.
근데.. 뭐 이런 걱정은 사실 답정너다.
결론은 항상 같다. '일단 가고 보자'
길이 막혀있으면 돌아 나오면 되는 문제고
타이어는 렌탈 사장님께서 '노펑크' 자전거라고 큰소리 치셨으니
하루 대여비 1만 3천원짜리 하이브리드 자전거의 성능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들어섰던 올레길들은 땅이 고르고 계단도 없던 덕분에
산책하듯 가볍게 거닐 수 있었다.
<카페 서연의 집> 근처 <사진말전문갤러리 마음 빛 그리미>
<cafe 3.7>
오늘은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할까.
언제나처럼 좀 더 가면 나타날지 모르는 맛집을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일단 탕, 뚝배기, 찌개 종류는 패스.
횟집도 패스.
분식집도 패스.
한식집도 패스.
패스. 패스. 패스.
일산 집 근처에서도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을 피하고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뭔가 '특별한' 음식을 바랬다. (홈메이드 라든가 수제 라든가)
또한 분위기도 식당 선정 포인트 중 하나 였다.
사람이 없어 한적하고 아늑함과 깔끔함을 두루 갖춘 그런 곳.
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한 식당을 우연히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문쏘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나보다.)
계속해서 식당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굶주렸다.
결국 이 날도 맛과 분위기 모두가 보장될 확률이 높은 카페를 선택했다.
'만족 못 할 밥보단 맛있는 간식을 먹자'
그래서 가게 된 곳이 여기 <cafe 3.7>
냠냠 (만족)
'큰엉' 올레길 5코스.
가족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많았던 곳.
훗날 노후하신 부모님 모시고 오면 좋을 길.. 이라 생각했다.
표선해수욕장 바로 앞 <커피가게 쉬고가게 게스트하우스>, 여름에 일찍 예약해서 오면 좋을 듯 하다.
표선해수욕장.
귀욤 세가락도요들이 있었다.
아 이건 아니지.
포장도로 따라서 열심히 왔는데 돌담이라니.
자전거 도로 표시를 무시한 도박이 실패한 경우다.
잊지 말자 신풍목장..
성산하 조사구역.
아직 겨울철새들이 도착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홍머리오리, 물닭, 청둥오리 정도.
해물라면 맛집 경미휴게소.
제주도 철새조사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집인데
철새조사는 항상 식당이 문을 열지 않는 연말연시를 끼고 이뤄졌기 때문에
겨울마다 제주도를 왔으면서 이 맛집을 와보지 못 했다.
아 맛있다.
라면 국물 속 푸짐한 해물들은 짱짱. 공기밥은 공짜.
이 날의 숙소는 성산일출봉 근처에 위치한 <성산핫플게스트하우스>
왁자지껄 처음 보는 사람들과 고기와 술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불만족)
종달해안
숙소에 짐을 풀고서는
추억의 제주도 조사 구역들을 돌아보았다.
성산하.. 성산상.. 종달해안..
대학 2년 동안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 묻어있는 곳이다.
청승맞게 그때의 발자취를 더듬다가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만 괜히 복습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의 끝은 언제나 밤산책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