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3. 23:36ㆍ탐조/2012년
9월말~11월초 기러기 관찰
올해 기러기들은 9월 말부터 관찰이 되었다.
장소는 학교 앞 논밭.
9월말 10월초의 풍경이다.
기러기들은 벼가 베인 논밭에 집중적으로 모여 앉았다.
10월초.
벼가 더 베이면서 기러기들이 앉을 수 있는 장소가 확장되자 더 많은 기러기들이 찾아온다.
10월 말
기러기들은 항상 오전 10시 40~50분대와 오후 4시~5시에 이렇게 저 산 건너편에서로부터 엄청난 수가 학교 논밭으로 날아왔다.
10월 말.
기러기들은 언제나 우리학교 건물, 사람들의 장소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논밭에 앉아 먹이활동을 했다.
11월 초.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논밭에 먹이가 다 떨어졌는지 기러기들은 하루에 논밭 한칸씩 우리 쪽으로 이동했다.
먹이가 절실하게 필요한건지 아니면 이 학교 울타리 안 쪽으로 사람이 있으면 안전하다는 걸 아는건지 기러기들은 어느 날 아주 가까이 까지 다가왔다.
이 당시 개체수를 세어보니 대략 2,500마리. (2,500마리 훨씬 넘을 것 같다. 너무 대충 세어가지고...)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찾아올 때도 있었다.
새들에게도 학습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 학교 울타리 안 쪽에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걸 시간이 흐르면서 알아챘는지 경계도 하지 않고 정말 가까이 까지 와서 먹이활동을 하였다.
덕분에 아주 자세히 관찰을 할수 있었는데 기러기들은 떨어진 낙곡 같은 것을 먹는게 아니라 땅을 파서 풀뿌리를 캐먹고 있었다.
기러기들의 주 먹이가 낙곡이라면 벼 수확을 하기 전에 벼들을 떼어먹을 수 있을텐데 항상 벼 수확이 끝나야 논밭에 내려앉으니 벼가 기러기들의 먹이인 것 같진 않다.
근데 사람들이 먹이나누기 할 때는 벼를 뿌리던 것 같았는데..?
먹이가 별로 없는지 기러기들의 패싸움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큰기러기나 쇠기러기 구분없이 두 종다 자주 싸운다.
그 다음날이다.
나는 학교 가까이까지 와주는 기러기들을 와이드로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3일전부터 위장텐트를 설치해놨다.
새들은 학습능력이 있으니까 계속 위장텐트를 보게하면 이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
그러나... 새 한마리도 안 왔다.
생각해보면 기러기들은 학교 건물과 제일 먼 맨 끝 쪽의 논밭부터 시작으로 해서 학교와 가장 가까운 논밭까지 차례 차례 움직이면서 먹이를 먹었으니 이 논밭의 먹이를 다 먹고 떠난 모양이다. 처음에는 위장텐트 때문에 안 오는 줄 알았다.
기러기들은 그 이후로 아주 적은 수들만 가끔 날아왔고 대부분이 먹이를 찾으러 더 멀리 있는 논밭까지 날아간다.
이 논밭은 기러기들의 잠자리인 한강하구와 제일 가까운 논밭이라 여기를 제일 먼저 찾은 뒤 먹이가 다 떨어지면 점점 멀리 있는 논밭으로 나가는 듯 싶다.
기러기들과 사람
큰기러기 무리다.
기러기들은 무리의 수가 많을 수록 경계심이 적었고 무리의 수가 적을수록 겁이 많았고 경계심이 강했다.
무리의 수가 적을수록 생존의 확률이 떨어지니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리의 수가 적을 수록 경계심이 강해지는 건 쇠기러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수가 많을수록 경계심이 강하니 숫자가 많은 기러기 무리는 사람이 와도 안 도망갈까?
그건 아니다. 이 아이들은 새에 관심없이 단순히 산책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기러기들이 겁을 먹고 도망간다.
(이 날 학교에 굳이 이 길로 산책할 필요 없으니 다른 길로 가라 부탁함.)
하지만 사람과 백구의 경우일 땐 어떨까?
한 마을주민인 듯한 분께서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나오셨다. 이 백구는 윗 사진의 백구와는 다르게 목줄이 묶여있으니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기러기들의 반응은?
멀리 있는 기러기들까지도 일제히 목을 치켜세워 경계한다.
(이렇게 기러기들이 단체로 경계를 할 때는 곧 날아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니 다른 길로 바꿔가거나 돌아가기를 부탁합니다.)
목줄에 묶인 개가 아니라 사람이 무서워서 날아오르는 것이다. 새들은 사람을 이렇게나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새들은 날개가 달렸으니 하늘을 날기 쉽다고 생각하지만 새들이 이렇게 비상할 때 소모되는 칼로리와 에너지량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자연과 동식물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당신 앞에 호랑이나 강도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죽을 힘을 다해서 도망갈 것이고 그러고 나면 체력소진이 심하다.
새들도 마찬가지다. 무서운 사람이 있으니 모든 힘을 다해 날아 도망가야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우리와 외모만 다를 뿐, 먹고 싸고 결혼하고 새끼 낳고 키우며 사는 모양은 다 같다." 라는 말이 있다.
이런 경우도 정~~말 많다. 기러기 사진을 찍으시겠다고 지나치게 접근을 하는 경우 .
다 날아간다. 당연한 결과다.
제일 어이없었던 Top 1순위 장면.
여기 마을주민도 아니고 우리 학교 사람도 아니다. 아마 여기 파주아울렛에 왔다가 지나가는 길에 새들을 보고 그냥 온 듯.
차 타고 부아앙 가서 차에서 딱 내린다. 기러기들이 단체로 날아오르고 그걸 아이패드인지 갤럭시탭인지로 찍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나 동식물에 대한 배려와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선진국처럼 자연을 대하는 날은 대한민국에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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