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9일 제주도 조사

2015. 4. 25. 18:05탐조/2015년

 

 

 

1월 5~9일 제주도 조사 

 

제주도 조사. 2학기 동안 방학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랬던 이유 중 하나였다. 

'대학연합 야생조류연구회'  야조회에서는 매년 강화도, 한강, 낙동강, 금강, 여름섬, 제주도로 조류조사를 나가는데 

그 중 제주도 조사는 탐조 겸 관광도 할 수 있는 꿀조사다. 

 

지난 번에 참여했던 강화도 조사때는 아직 야조회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비도 오는 데다 밤에는 야조회가 야주회로 바뀌는 여러모로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라서 여름섬 조사도 안 갔었는데 

이번 제주도 조사는 하루 하루가 즐거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섬이라서 그런지 제주도의 경관에 눈이 즐거웠고 긴꼬리때까치, 황새, 항라머리검독수리, 

흑기러기 같은 귀한 새들이 나타나서 조사도 개체수 세는 노동이 아니라 정말 탐조하는 느낌으로 조사를 다녀왔다. 

 

 

조사 조직도(?)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우선 제일 위로 대장과 학술이 있다. 

대장은 조사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로서 스포츠로 따지자면 감독과 같은 자리고 

학술은 조사 방법, 규칙을 만들고 조사결과 데이터들을 합산하고 발표하는... 잘 모르겠지만 행정병 같은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취사는.. 그냥 취사병이다. 아침과 저녁을 담당한다. (대혁아 잘 먹었다.) 

 

다음으론 조사자와 섹장이 있는데

조사자는 새들을 직접 세는 사람이다. 

동정에 숙련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조사자는 주로 선배들이 맡는다. 

그 다음은 '섹터장', 조사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불러주는 대로 

새  종명, 개체수, 시간과 장소, 특이행동 등을 현장야장에 빼곡히 기록해야 한다. 

그 후 현장야장에 적힌 개체수를 야장 양식에 맞춰서 직접 손으로 옮겨 적어야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맞춤법이 틀리거나 양식에 맞춰 쓰지 않으면 

야조회 30년 전통 야장작성 방식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써야한다. (요즘은 그냥 넘어가는 추세다) 

이번 제주도 조사때는 야장을 잘 못 써서 12시까지 고쳐쓴 섹장도 있었다.. 

 

나머지 역할을 맡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쩌리들로 편하게 새를 관찰한다.

주로 나 같은 신입생들

 

 

 

 

하루 먼저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한라산 등반도 하고. 

(진박새, 검은머리방울새, 큰부리까마귀가 보였다.)

 

 

 

아... 야장..... (눈물)

 

야조회 활동을 하면서 참 재밌다고 생각한게 

새를 잘 찾거나 동정실력을 인정받으면 이게 큰 뿌듯함으로 다가오고 

혼자 새를 볼 때보다 다른사람과 함께 볼 때 오는 전율이 더 강했다는 점이다. 

아마 다른 새덕과의 경쟁심리에서 비롯된 걸로 보이는데 이것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버린거 같다. 

새를 보다 보면 다른 새덕보다 더 귀한 새를 보려고, 더 많은 종의 새를 보려고 나도 모르게 눈에 불을 키게되는 걸 경험했다. 

누가 더 많이 봤네 누가 이거 봤네 저거 봤네..

치열하지만 순수한 바보들 같은 느낌? 

 

 

 

 

민물도요들

 

귀엽기만한 도요들이 조사자 입장에서 보니 새롭게 보인다. 

새들이 없길 바라는 조사자들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얘 눈테가 진한 주황색이라 

처음에는 옅은재갈매기를 생각했었는데 무늬도 그렇고 색상도 그렇고 그냥 재갈매기로 보인다. 

평소 탐조할 때도 그렇지만 흔한 새를 귀한 새로 만들어버리는 몹쓸 물욕이 사할 때 더 자주 일어나서 

오동정 하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기러기가 개리로 보이고 스티로폼이 큰고니로 보이고 황조롱이가 쇠황조롱이로 보이는 마법이 좀.. 자주 일어난다ㅋㅋ 

 

 

 

 

흑로 Pacific Reef Egret

 

조사구역 중 하나인 종달해안에는 갈매기 Flcok들이 많다 해서 

특별히 이 날만 동정을 위해 망원렌즈를 끼고 갔다. 

 

 

 

음.. 그치.. 

맨 앞은 노랑발과 짙은 등판.. 줄무늬노랑발갈매기임에 틀림없다. (종추!) 

그리고 맨 뒤에 분홍발은 재갈매기임에 틀림이 없고... 

그런데 우측의 저 옅은 다리를 가진 놈은 뭐야? 

다른 새덕에게 물어봤는데 갈매기들 다리색이 물에 있다 나오면 빠진다고 했다. 

아..그런가? 하고 듣는 순간 납득했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럴리가 없잖아 임마. 

당시 현장에서는 아는 지식이 없어서 그냥 느낌 가는대로 재갈매기로 동정했다. 

 

개체마다 다리 색에 차이가 많다하니 살짝 멘붕이지만 

 옆에 있는 재갈매기 등판과 색이 같다는 점에서 재갈매기로 보인다. 

일단 잘 모르겠으면 촬영부터 하는게 답이다. 

 

 

 

머리가 유난히 하얀 녀석을 발견. 

아 이 녀석이 한국재갈매기구나. Mongolian Gull 

그 전에도 몇번 보긴 했는데 스스로 동정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므로 종추!)

대략 전체적으로 하얗다는 것과 표정이 맹하다는 점 그리고 머리 앞쪽이 재갈매기보다 살짝 각져보인다는 점을

동정포인트로 삼았다. 

 

 

 

 

조..좋은 비교 샷이다. 

줄무늬노랑발갈매기 Heuglin's Gull 와 재갈매기 Vega Gull 

 

 

 

줄노갈 꼬리깃 

 

 

 

음.. 날개를 펼치니 줄노갈은 날개끝 흰점이 재갈매기에 비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재갈매기는 미러도 선명하고

 

 

 

 

내가 조사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 

난 쩌리일뿐 ㅎ

 

 

 

재갈매기와 줄노갈. 

그리고 뒤에 하얀애는..? 

 

 

 

이렇게 하얀 갈매기는 처음보아서 사진을 좀 찍어놨다. 

도감을 보니 한국재갈 1회 겨울깃으로 보인다. 

 

 

 

Lapland Longqur

이전 조사에서는 나오지 않았다던 긴발톱멧새..! 어에~~  (바로 이럴 때 말 못할 뿌듯함이 몰려온다ㅋㅋㅋ) 

황조롱이가 날아준 덕분에 풀숲에서 뛰쳐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드디어 영상이 나왔다. 

파주, 철원, 동해에서 새를 촬영하고 제주도에서 새덕들을 촬영했다. 

운좋게도 필요한 장면들이 일정 안에 딱딱 들어맞아던 덕분에 나름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 

 

연세대 야조회에 신입생들이 몇년간 나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홍보영상으로 만들고 싶었고 

또 하나는 YVAC 영상동아리에서 계속 활동하려면 수습작품을 찍어야했기 때문에 반드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번 영상.. 

 

원래는 1분 정도로 만들고 싶었는데 

YVAC 동아리에서 작품이 최소 3분을 넘겨야 한다해서 

좀 지루한 면이 있지만..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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