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8. 09:45ㆍ탐조/2016년
2월 4일 한강
생일이다.
생일에는 역시 탐조가 제맛.
생일이라면 그동안 튕기기만 하던 쇠부엉이도 나타나 줄 거 같았다.
다 필요없다. 쇠부엉이만 보면 된다.
성탄절 탐조 날 왔던 장소에 쇠부엉이가 활발히 활동한다는 해질 녘 즈음 딱 도착했다.
말똥가리 한 마리가 저공비행으로 날 잠시 설레게 했다가 실망시키고
황조롱이 한 마리가 홀로 서있는 나무 끝에 앉아 주변을 살핀다.
털발말똥가리는 부지런히 정지비행하며 먹이를 수색 중 이었다.
해도 거의 다 저물어 가고 보고 싶은 놈은 안 보인다.
생일 버프를 받아도 안 될 놈은 결국 안 되는 건가... 싶을 때 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쇠부엉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 머리 위를 슝- 지나갔다.
크.
날아간 방향으로 따라가 보니 길 위에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발자국 앞에서 갑자기 튀어올라 날 뒤로 자빠트렸던 쇠부엉이 이후로 처음이다. 사실상 종추.
이쁘다.
고개를 도리 도리 돌려가며 주변을 경계한다. 나 같은 사람이 지나가는 건 신경쓰지 않으면서
자신의 머리 위로 털발말똥가리가 지나가자 끝까지 주시한다.
자리에서 박차고 날아올라 비행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정말 크시다.
부엉이 류들은 짧게 짧게만 비행하는 줄 알았는데
잿빛개구리매 마냥 이리저리 끊임없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시간 때만 잘 맞춘다면 쇠부엉이를 찾기가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빠빠
오늘의 쩌리 털발말똥가리 Rough legged Buzz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