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철원, 파주

2016. 1. 4. 00:23탐조/2015년


11월 28일 철원, 파주




곧 있으면 귀국할...  총 세명 뿐인 연세대 교환학생 멤버들을 위해 철원 탐조를 계획했다.

멀리서 왔는데 그동안 잘 챙겨주지도 못 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철원의 두루미 만큼은 보여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제가 쌓여있는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주말에 가기로 날을 잡았다.

남은 문제는 연락이다.

미국에서 10개월간 교환학생을 지내다 오긴 했지만 스피킹 실력이 형편 없었으므로

그동안 탐조 공지 한번 전할 때마다 사전 펼쳐가며 진땀을 빼왔다.


"11월에 철원에 가려고 하는데 갈 생각 있어? 거기가면 독수리하고 두루미를 볼 수 있어"


예전에 유부도로 신입들을 데리고 갔던 첫 탐조가 그들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탓에

그 이후로 탐조 공지를 할 때마다 이전 탐조와는 다르며 정말 재미있다는 걸 여러번 강조하고 설명해야했다.

이번에도 나는 철원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최대한 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권유해야했다.


한 명은 답이 없고 다른 한 명은 몸이 아파 못 오게 되었다.

유일하게 가겠다고 답을 준건 한번도 같이 탐조를 가보지 못 했지만 신입분들 중 가장 열렬하게 반응해준 Vanya.


여러명이면 모를까 내향적인 나에게 낯선 누군가와 단 둘이라니, 그것도 외국인.

한국인 한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 야조회 멤버들에게도 가겠냐고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1:1 영어 과외선생님과 탐조한다 생각하고 가는 수밖에.



(두루미 red crowned crane)


가는 길에 도연스님의 암자에 들렀다. 

스님이 언제나 산새들에게 땅콩, 잣 같이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기 때문에 

암자에 가면 박새, 동고비, 곤줄박이들이 사람을 따라 다닌다. 

손 위에 잣 몇 움큼 올려놓으니 곤줄박이들이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날아와 손 위에 내려앉는다. 

Vanya가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스님과 잠시 담소를 나누고 우리는 우리 일정대로 두루미를 보러 움직였다. 
양지리를 가기 전에 독수리를 보여주기 위해 문혜리에 들렀는데 아직 독수리들이 보이지 보이지 않았다.
경남 쪽에는 독수리들이 이미 많이 모인 상태라고 하는데... 

토교저수지 상공을 날고 있던 3개체가 있었지만 거리가 먼 탓에 아쉬웠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전날 꿈에서나 보았다. 평범하게 두루미와 재두루미밖에 보지 못 했지만 Vanya에게는 그 두 종 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받고 가는 듯 했다. 


 + 민통선에 출입 관련해서 철원군청에 문의하니 저희 같은 일반인이 민통선에 출입하려면 지역 영농인 한 분과 함께 동행하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무나 납치해서 옆에 태우고 다닐 수는 없으니.. 민통선 안 쪽까지 출입을 원하시는 분께선 철원두루미보호협회 백종한 회장님께 미리 연락 드리고 가면 됩니다.



이하 야장


뿔논병아리
해오라기
중대백로(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노랑부리저어새
쇠기러기
큰기러기
황오리 (류키스틱1)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비오리
독수리(3)
말똥가리
잿빛개구리매
황조롱이

물닭
두루미
재두루미
멧비둘기
수리부엉이
직박구리
때까치
딱새
뱁새
곤줄박이
쇠박새
박새
동고비
쑥새
노랑턱멧새
방울새
콩새
참새
물까치
까치
큰부리까마귀


미동정 고니류 10 (보나마나 큰고니겠지만)

총 40종.   + 다음날 토교저수지에서 큰회색머리아비가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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