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3. 21:28ㆍ탐조/2011년
5월 22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페북에 올린 글의 내용을 옮겼습니다.)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5시에 동네 공원에 갔습니다.
조그만 공원인데 청설모가 4마리 정도 보입니다.
공원에는 청설모, 꾀꼬리, 솔딱새, 오색딱따구리 등 많은 새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꾀꼬리의 둥지를 찾으러 온 거였는데 역시 꾀꼬리는 소리만 들려주고 눈으로 찾는건 무척 힘들더군요. "못 찾겠다. 꾀꼬리~"의 유래를 몸으로 체험하고 왔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어떤 한 커플(ㅡ,ㅡ) 이 있었는데
남자친구인 사람이 내가 청소모를 찍고 있자 옆에서 "어?! 청설모다. 저거 천연기념물이야" 하니 여친은 천연기념물이 뭐냐고 물어보니 남친은 귀한거 라고하네요.
하하... 유해조수가 천연기념물이 되었네요. 사람들이 자연이나 동식물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게 아쉽네요. 그 흔한 청설모 마저...
적색 빛깔을 띄는 청설모
처음보는 솔딱새(아마도) 이동시기라 마을 공원에서도 보인 것 같습니다. 섬에는 바글바글 하겠죠.
꾀꼬리도 2마리 보입니다.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만 있으면 좋을텐데.
(솔부엉이!)
후우--- 후우--- 동네공원에서 솔부엉이의 울음소리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실제로 솔부엉이의 소리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솔부엉이의 소리를 내는 방법은 알고 었기에 손으로 모양을 만들고 소리를 내자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와 내가 내는 소리가 얼추 비슷하더군요.
사실 오늘 탐조는 꾀꼬리 둥지를 찾기 위해 온 거였지만 탐조 시작 전에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왠지 오늘 솔부엉이를 볼 것 같다는 느낌. 뭐랄까... 그냥 갑자기 솔부엉이를 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너무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그 느낌은 적중했습니다. 나는 산책로를 후우---- 후우---- 소리가 들리는 곳을 주시하며 따라 걸었지만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산책로에서만 찾으려니까 풀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풀 뜯으러 다니는 길을 통해 숲속으로 들어가니 뭔가 푸드덕- 하고 날아갔습니다. 분명히 처음보는 새의 형태였습니다. 멧비둘기와 유사했지만 날아가는 실력의 급이 다르더군요. 나뭇가지 사이사이 급 회전까지 하며 날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솔부엉이다!" 라는 확실한 확신이 드는 동시에 흥분도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찾으려니까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릴 듯 하여 예전에 다미누나의 특강 때 배웠던 기술을 써먹기로 했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궁금해 할까봐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손으로 모양을 만든 뒤 후우--- 후우---하고 부엉이 소리를 4번 쯤 불렀을때 푸드득-- 하고 뭔가가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아니! 이럴수가 솔부엉이가 진짜오네?!" 이 기술은 솔부엉이를 부르는 아주 스폐샬한 고급(?) 기술입니다. 저도 처음 써보는 것이기 때문에 솔부엉이가 진짜 올 줄은 몰랐습니다.
솔부엉이가 왜 제 앞에 나타났는지 아시나요? 친구가 놀러온 줄 알고? ㅎㅎ 솔부엉이는 단지 자신의 영역권 안에 들어온 다른 솔부엉이를 쫓아내려고 온 것입니다.
제가 그 다른 솔부엉이인 줄로 착각한거죠.
보통 평소 보고 싶었던 새를 만나면 흥분하게 되기 마련인데 저는 긴장이 되었습니다.
녀석은 내 앞에 오자마자 부리부리한 노란눈으로 나를 아주 매섭게 노려보는데 순간 긴장했습니다. 오싹하거나 섬뜩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아주 약간 있긴 했지만)
아주 뭐랄까...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쫄았다고나 해야할까요. 그 순간 너무 긴장을 해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 했습니다. 녀석이 다른 곳을 쳐다볼 때나 겨우 한 두장 찍을수 있었죠.. "뭐 그런걸 로 쫄아? 다 큰놈이.. "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직접 그 눈을 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올빼미과중 제일 커다랗고 위엄을 갖은 수리부엉이를 관찰 할 때도 이런 느낌은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는데.... (겁쟁이의 마음을 공감하실 수 없으시나요? ㅎㅎ;;)
녀석은 나에게 속았다는 걸 눈치채고는 곧장 다른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 무시무시(?)한 녀석을 울음소리로 속였다고 생각하니 관찰하는 내내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울음소리로 솔부엉이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계속 속이면 나중엔 안 속을 꺼 같기도 하고 한번의 만남으로도 너무나 만족을 했기 때문에 다른 새들을 보러 갔습니다.
꾀꼬리를 찾다가 나뭇가지에 가만히 앉아있는 솔부엉이를 발견 했습니다. 정말 운 좋게 발견했네요.
뭐야.? 아까 걔 인가? 그러고 보니 어느순간부터 부엉이 소리가 안 들리기 시작했고 이 곳에 정말 이 녀석 한 마리 뿐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솔부엉이가 몇 마리 왔는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근처 나무벤치에 앉아서 녀석을 관찰하면서 다른 곳에서 솔부엉이 소리가 들리나 집중했습니다.
확실히 공원이라 그런지 사람을 위한 기물들도 있고 편하더군요.
녀석이 앉은 곳으로 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 까치 둥지를 발견했습니다.
다른사람들이 찍은 솔부엉이 사진들이...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무구멍에다가 번식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둥지에다가 번식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벤치에 앉아서 여유롭게 모기나 잡으면서 녀석을 관찰하고 있는데 녀석이 눈을 실눈으로 뜨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흐미- 나 찍혔나보다... 아무튼 간에 포스가 장난 아닙니다.
그렇게 또 여유롭게 모기나 잡으며 벤치에 앉아있었을때 후우--- 후우--- 하는 솔부엉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쌍안경을 잽싸게 들고 녀석을 보니 녀석은 그대로 나를 쳐다만 보고 있고 울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이야~~~~! 두 마리였구나~
솔부엉이들이 이 곳에서 번식을 하고 또 여름내내 이 곳에서 솔부엉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습니다.
남이 보면 멍청하게 보일 정도로 혼자 씨익 웃고 있으니까 옆에 아줌마 분께서 말을 걸어주십니다.
몰랐는데 이 곳에 새 사진 찍으로 오시는 할아버지 2분이 있다고 합니다. 흠....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그 아주머니와 나름 재밌게 이야기를 하다가 원래는 아무한테도 안 보여줄려 했는데 부엉이를 보여주겠다 했습니다.
혹시 내가 실수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졸고 있는 솔부엉이를 보여줬습니다. 처음에는 잘 못 찾으시다가 나중에는 잘 찾으셔서 쌍안경을 건네줬는데
맨눈으로는 찾는데 쌍안경으로는 못 찾으시더군요. 그래서 가까이서 찍은 솔부엉이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귀한걸 보게 되서 기분이 좋으시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새를 보여주고 그 새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일.. 나중에 그것이 직업이 되어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머니가 좋아하시자 저도 덩달아 좋아지더군요.
아주머니는 나중에 꾀꼬리 사진 찍으면 보여달라 하시고는 가셨습니다.
솔부엉이는 가만히 잠만 자고 있고 모기도 자꾸 거슬리고 해서 꾀꼬리를 찾아 돌아다녔습니다.
녀석들의 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리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아서 완전 감탄하고 있을 때 한 마리가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줬습니다.
그리곤 바로 날아가네요..
위험하지 않을런지... 요즘애들 참 강심장 이군요. 난 지금도 못 하는데..
4~6명이 울타리 안 풀숲에서 뛰어놀고 어디선가 호루라기를 삐---익 부는 소리가나서 처음에는 누군가 솔부엉이를 발견하고 부를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어떤아이가 조그만 호루라기를 불고 다니는 거였더군요.
새들도 있는 곳이라고 말해줬어야했는데 머뭇 머뭇 하는 사이에 다 사라지네요. 저도 강심장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보니 솔부엉이가 포즈를 바꿨습니다.
밤 늦게동안 관찰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져서 카메라는 일찌감치 카메라 가방 속에 넣어두고 눈으로만 관찰을 하고 녀석의 행동에 관한건 휴대폰 메모로 기록했습니다
(새로 날아온 한 마리)
휴대폰 메모내용.
7시 37분. 솔부엉이가 잠에서 깨서 개가 물 털듯이 몸을 부르르 한번 떨고는 자세를 자꾸 자꾸 바꿔준다.
밤의 활동을 준비하나보다. 잠시 후 근처 나뭇가지로 이동했다.
그리고 또 잠시후.. 앗! 다른 솔부엉이 두 마리가 재빠르게 날아오자 내가 관찰하고 있던 녀석이 원래자리로 피했다.
모두 3마리였다. 날이 어두워서 촬영이 힘들겠지만 다시 카메라를 꺼내고 셔터속도를 매우 매우 느리게 한 상태로 손으로 들고 찍었다.
3마리는 서로 근처 나무에 앉아있기만 하다가 두 마리가 날아오르더니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싸움은 순식간에 끝났다. 한 마리가 삐이--이익 거리는 비명을 지르다가 다른 곳으로 사라지고
두 마리가 나무에 다정하게 앉아있었다. 혹시 짝찟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몇 장 찍어봤지만 너무 흔들려서 도무지 찍을 수 없었다.
(새로 날아온 또 한마리. 모두 3마리)
솔부엉이의 번식에 대한걸 여쭤보려고 이재흥 선생님(?)에게 지금이 솔부엉이가 육추 할때냐고 물어보니 이제 막 암수가 짝찟기를 할 때라고 합니다.
이 곳 공원에서도 번식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이 공원에 번식을 한다면 매일매일 놀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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