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8. 23:50ㆍ탐조/2013년
2월 6일 돌곶이습지, 노숙 (아침)
6시 30분. 사람들이 화장실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일어난다.
지금 내 몸상태는 어떠한가... 피곤하다. 졸리다. 춥다. 배고프다. 아프다. 어지럽다. 안 좋은 것들로 가득하다.
텐트 안에서 노숙하는 건 실패했어도 화장실에서 잠을 잤으니 일단 노숙은 노숙이지.
편안히 잠만 잘 수 있다면 노숙이란 것도 고생할게 별로 없을텐데 잠을 편안히 못 자니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새들을 잘 자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 습지로 가자.. .
아닛.. 저곳은... 내가 맨 처음에 위장텐트를 설치해놓은 곳 아니던가..ㅜ
아닛.. 이 곳은 내가 두번 째로 위장텐트를 설치해둔 곳이 아니던가..ㅜ
내가 자리를 잘 잡아놓긴 잘 잡아놨었네...
장소에 공통점이 있다면 배수구가 있다는 점.
따듯한 물이 흘러나오나? 다 이 곳에 모여서 자고 있다.
기러기 개체수는 쇠기러기 큰기러기 합쳐서 약 2200여마리! 와우~ 드디어 한번 아침에 다 모여있을 때 세어봤다.
예상보다 훨씬 많구나.
아침 기러기 경계심이 강하다.. 조심해야하는데...
일찍부터 날아가는 기러기들도 많다.
왜 날아간건지... 아직도 모르겠다...왜 잘 있다가 갑자기 날아갔지..? 내가 좀 더 조심했어야한건데.
인코딩을 완전히 잘 못 했네요. 화질이 왜 이렇게 안 좋니...
고화질은 업로드가 느려서 저화질로 올립니다. 기록용 차원에서 찍은 영상.
북방검은머리쑥새, 방울새, 되새, 참새, 콩새, 때까치를 관찰했다.
기러기들의 휴식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나의 텐트로 돌아왔다.
이걸 다 가지고 버스를 타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짐을 나눠서 가져가야한다는건데... 다시 위장텐트를 이번엔 제대로 된 자리에 놔둬볼까?
일단 짐들을 쌀포대에 다 챙겨넣고 그걸 다 들고서 습지로 갔다.
짐들을 챙기고 가면서 내가 괜히 위장텐트 속에서 새들을 촬영하겠다고 하다가 새들을 실수로 다 날려버리게 되진 않을까? 라는 불안감이 많이 생겼다.
하지말까? 라는 생각까지 왔다가도 내가 여태까지 쭉 해보고 싶었던 일이였는데 여기서 그냥 포기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이번엔 제대로 위장텐트를 설치하고 촬영을 해보겠단 결심을 했다.
문제는 마땅히 텐트를 펼칠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누워서 자려면 평평한 땅이 있어야할텐데 평팡한 땅이 없는 것이다. 전부 기울어진 경사진 땅..
(우선 화장실에 가서 텐트를 말린다.)
새들이 잠을 자는 곳과 가까운 곳에 텐트를 설치해보고 한번 안에 들어가 누워보았다.
어..? 짱 편하다.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땅인데 오히려 더 편안하다. 좋다. 여기다가 하는거다.
나는 위장텐트를 설치하고 또 다시 눈벽을 쌓았다. 여긴 기러기들과도 거리가 가까우니 더 크고 열심히!
두 시간 동안 쌓았다. 물론 새들이 없을 때.
만약 잠을 자거나 촬영을 할 때 내가 실수로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면 새들이 바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라 여태까지는 텐트 안에서의 생활 훈련을 한 것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 내일부턴 엄청 추워진다고 하니까 며칠 뒤에 날씨가 풀리면 이 곳에 들어가서 나는 또 한번 새들이랑 같이 잠을 잘 것이다.
그 때는 한번 텐트에 들어가면 맘대로 나오지도 못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바로 주변에 새들이 있으니까.. 텐트 밖으로 나오면 다 날아가겠지.
그래도 할 수 있다!
(새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시 바로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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