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9. 23:43ㆍ탐조/2013년
2월 08일 강서습지생태공원 (black sholdered kite)
새로운 새를 본다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리고 신나는 일이다. 더더욱 그 새가 한국에 한번도 기록되지 않은 미기록종 이라고 하면 말이다.
black sholdered kite 대충 한국어로 검은죽지솔개.
이 녀석이 나타났다고 그렇게 난리다.
나는 이 새의 사진을 보고 사진 배경이 강서습지생태공원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거기 나타났다고 한다.
거리도 멀지 않다. 예전에.. 아주 어렸을 때 하호와 함께 새를 보던 시절 그 공원에 갔던 기억이 난다.
가는 길은 별로 어렵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많겠지만... 한번 가보자!
black sholdered kite를 보러가기 전에 돌곶이습지를 들렀다.
어제 바람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혹시나 위장텐트가 날아가진 않았을까 걱정되어 왔다.
위장텐트가 멀쩡히 있나없나만 확인하려고 버스타고 여기까지... 차가 있으면 금방일텐데.
내 위장텐트 저기 잘 있네? ㅎㅎ
내가 쌓아논 눈벽은 거의 다 허물어졌다. 이렇게 허무할수가...
그래도 기러기들은 내 텐트를 신경쓰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경사진 땅 쪽에서 햇벝을 쬐고 있는 기러기들.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강서습지생태공원 도착이다.
두근두근! 녀석을 볼 수 있을까?
그렇게 귀한 새를 찾을 때는 아주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새를 찾는게 아니라 바로 사람을 찾는 것이다.
길 가는 아주머니께 여쭤봤다.
"여기 혹시 커~~다란 대포렌즈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 보셨어요?"
즉각 대답이 온다.
"아우~ 저기 아주 바글바글하다 그 사람들"
취미로 사진을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요즘 한국에 많이 늘어나서 귀한 새가 나타났다고 하면 어김없이 달려가서 사진을 찍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다.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답게 장비도 입이 떡 벌어지게 큰 대포렌즈들을 들고다니니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새를 찾으려면 먼저 사람을 찾는게 제일 빠른 길이다.
그 전에 우선 나는 다른 새들부터 먼저 탐조했다.
혼자 서울까지 와서 여유있게 새들을 보니 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은 영하 20도랜다.
대교와 말똥가리.
생태공원이라 사람들이 많다보니 새들이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하는 편이다.
가까이 까지 가도 날아가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 생태공원 중 제일 생태가 살아있는 공원이다.
청둥오리들.
어렸을 때 하호와 새를 보던 시절 이후로 한강 탐조는 오랜만이다.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흰죽지, 댕기흰죽지 이런 잠수성 오리들을 몇 년만에 보는 기분이다.
안녕?
찾았다~~ 저기 사람들이 있다.
과연 과연.
사진사들도 보인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주로 나이든 어른 분들인데 이 자리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대학생들인가?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한테 가서 검은죽지솔개가 여기 있냐고 물어보니 방금 막 날아갔댄다.
여기가 주 포인트라고 하니 여기서 꼼짝않고 기다리면 오늘 중으로 보는 일이 있겠지.
서로 흩어져서 새를 쫓아 찍는 것보다 한 곳에 이렇게 모여서 새를 찍는 것이 새를 덜 괴롭힌다고 생각해서 나도 이 자리에서만 검은죽지솔개를 기다렸다.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면서 삼각대 펼치고 새를 기다리는데
아까 그 대학생들 무리 쪽에서 "어려보이는데? 김어진 아닌가..?" 수근수근 거리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그리곤 잠시 뒤 자신없는 듯한 목소리로 "김어진씨.. 세요..?"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셔서 잘 안 들렸다.
'지금 나냐고 물어보시는건가..?'
맞는 것 같다. "네 맞는데요"
그 사람들 중 두 분이 내게 오셨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분들이셨다. 책으로 날 아신다고 한다.
그 수준 낮은 책을 읽으셨을리는 없고.. 이 분들 선생님께서 내 책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나보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니 쑥스럽기도 하면서 은근히 기분도 좋다.
그 분들은 카메라가 없으셨다. 오로지 필드스코프와 쌍안경.
대화를 하다가도 새소리가 들리면 바로 이름도 맞추셨다. 새를 보는 데는 쌍안경만큼 좋은게 없긴하지...
나도 사진에서 벗어나 저렇게 편안하게 새를 보고 싶지만.. 사진의 손맛에서 벗어나긴 좀 어렵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새를 엄청 잘 아시는구나.
최근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나는 아직도 우물 속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게 확 느껴진다.
사실 그 동안 혼자 새를 본 탓에 경쟁(?) 상대나 혐동할 수 있는 팀이 없어서 사실 뭔가 나를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계기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다시 새 공부를 하자!
보고 사진만 찍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새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그 분들 중 한 분은 내게 명함을 주시고 마저 이 곳 새를 보러 가셨다.
나도 다시 그 검은죽지솔개 라는 녀석을 찾는데 방금 출발하신 대학생 형 누나들 쪽에서 소리지르는 게 들린다.
나를 보면서. 손 짓을 하고 있다.
저쪽?
휙 고개를 돌려 보니 말똥가리 말곤 안 보인다.
뭘.. 보시라는거지?
내가 끝내 못 찾자 한 분이 오셔서 방금 막 검은죽지솔개가 머리 위로 지나가 저쪽으로 날아갔다는 말만 하시고 바로 또 돌아가셨다.
하..! 부럽다. 머리 위로 바로 지나갔다니...
눈에 불을 키고 새를 찾는다.
맹금류가 보이면 일단 바로 확인에 들어간다. 말똥가리다. 실망이 우르르...
먹이사슬 아랫층을 차지하는 쥐가 여기 정말 많았다.
이 날 본 쥐만 6마리.
까치 한 마리가 내 눈앞에 있던 생쥐를 물어갔다.
털발말똥가리
찾았다..!! 녀석이 분명하다.
근데.. 잠깐 눈을 땐 사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다시 기다림..
여기는 맹금류가 정말 많았다.
특히 말똥가리들.
말똥가리와 큰말똥가리와 털발말똥가리가 서로 섞여서 날아다닌다.
한 어른분과 얘기하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죽지솔개!
아..! 얘기만 나누지 않았어도 더 가까이서 찍을 수 있었는데.
녀석이 나타나자마자 사진사들의 카메라에서 타다다다 엄청난 속도의 셔터소리가 났고 녀석은 사람들이 있건없건 아랑곳 하지 않고
정지비행 (호버링)을 하며 먹이를 탐색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정말 딱 몇 초봤다. 바로 까치에게 쫓겨서 멀리 멀리 날아간다...
뒤에있던 한 분이 이렇게 말하곤 가셨다.
"원래 한 번 봤으면 미련 없이 떠나야해"
그 말이 맞았다. 나는 사진에 미련이 남아서 오후 4시 30분까지 이 곳에서 녀석을 기다렸지만 또 보진 못 했다. 그때부터 이 탐조가 재미없어졌다.
맨 처음 도착했을 때만해도 두근거리고 신났는데 그렇지 못 했다.
원인이 무엇인가 했더니 내가 사진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이였다. 미련과 욕심을 버려야하는건데..
사진을 찍는 아저씨들도 한 두명 씩 가시고 나는 마지막 3명이 있을 때까지 서있다가 나도 돌아가기로 했다.
해가 다 져물어가고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하지만 나는 다시 탐조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미련을 버리고 그 자리에서 나와 공원을 돌아다녔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긴꼬리홍양진이.. 작은 새들이 눈에 보이면서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탐조를 하자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너무나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나는 잠깐이나마 즐겁게 탐조를 할 수 있었다.
검은죽지솔개를 기다리면서 본 새들.
말똥가리들이 어울려 날아다닌다.
오..! 흰꼬리수리.
털발말똥가리.
사람들 머리 위를 그냥 빙빙 돌다가 날아간다.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생쥐.
..... 사람들 참... 쥐가 풀 숲에서 나오려하자 눈덩이를 던지는 아저씨가 있었다.
왜?
생쥐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던젼댄다.
나참....
까치와 황조롱이.
황조롱이하고 검은죽지솔개하고 싸우는 장면이 자주 일어난다는데..
나는 왜 못 볼까.. 쩝
꿩도 참 많다.
귀만 보이는 고라니^^
까치에게 쫓기는 건 털발말똥가리도 마찬가지.
까투리.
마지막 까지 남으셨던 분들인데.. 나 가고 나서도 새를 보셨을려나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라니
붉은머리오목눈이들.
외국탐조인이 한국에 오면 제일 보고 싶은 새 1순위라 하던데.. 귀여운 것.
긴꼬리홍양진이~
딱새.
오랜만이다.
얘는 도 닦나...? 아직도 여기 앉아있어..!!
흰죽지, 청둥오리
여기서 잠을 자나보다.
댕기흰죽지
뭐.. 나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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