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5. 12:25ㆍ탐조/2013년
10월 23일 공릉천, 장월평천 (금눈쇠올빼미)
학교에서 9월 30일부터 10월 4일. 4박 5일간 충주 조령산부터 고양 화전역까지 오는 자전거 종주 여행을 가는데 사진담당 보조교사로 나도 덤으로 참여를 했었다.
mb전대통령께서 자신의 최고의 업적이라 여긴다는 4대강 사업때 만들어진 자전거 종주 길을 따라 올라가는게 우리들의 코스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자전거를 타면서 제일 재미없는 구간은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 도로였다. 시골 흙 길을 달릴 때는 시골의 풍취가 좋고 울퉁불퉁한 흙길이 주는 진동이 재밌기라도 했지 정말 아무것도 없이 평탄하게 잘 골라진 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미건조하게 페달을 밟는 것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미없게 정말 '이동'하기만 해서는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 말고 자전거를 이동수단 삼아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 그래서 자전거를 한 대 샀다. 그래도 이번 자전거 종주 여행 덕분에 의외로 자전거로 못 가는 곳이 없다는 걸 알았고 자전거만 있으면 집 근처 탐조지를 언제든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공릉천 갈대밭. 날씨가 아직은 그렇게 춤지 않아서 자전거 타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이제 좀 더 겨울이 되면.. 못 탈려나? 진짜 탐조는 겨울부터 시작인데...
들판을 보니 까마귀 무리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때 쯤이면 떼까마귀들이 지나가지. 그 틈에 갈까마귀들이 있나 보려했더니.. 없었다.
게다가 떼까마귀가 아니라 큰부리까마귀들로 보인다.
까마귀 까치 모여있는 곳에 황조롱이가 눈치 없이 지나가려다가 제대로 걸렸다.
맹금류가 나타났을 때만큼은 까치, 까마귀가 한팀.
역광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가까워서 그런가?
멀리 있을 때는 초점이 잘 잡히는데 오히려 피사체가 가까이 오면 61AF포인트모드가 초점을 못 잡는다.
다른 AF모드로 재빨리 바꿔주면 문제가 없긴한데 61AF포인트모드가 이런 단점이 있다니....
까치는 진작에 떨어져나가고 까마귀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아.. 건너편에는 기러기들이 있었군..... 사람들 때문인지 몰라도 다 날아올랐다.
기러기들.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고...어떤 검은새가 파다다닫 날개짓을 하며 이 작은 갈대 속으로 지나갔다.
처음보는 유형의 새였는데 글로 표현해보자면 털뽑힌 검은닭처럼 보였다.
하.. 사진을 찍었어야한건데. 쇠물닭보다 더 작아보였는데
여전히 모여있군..
학교에서 축구를 끝마치고 (졸업생이지만... 축구수업은 끼어서 같이 하고 있다.) 오후 해질녘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조롱이.
뭔가를 사냥했다.
흰검
까마귀들은 빙글 빙글 떼지어 원을 그리며 멀리 날아갔다.
와.. 오랜만에 보는 방울새
날아가는 큰기러기.
황금들녘.
역시 자전거를 사길 잘했다.
자전거의 또 하나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멈춰서서 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항상 창문으로만 바라보고 새들을 그냥 쓍 지나쳐서 사진도 못 찍고 답답해서 미치려 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자전거를 탄 이상 더 이상 그럴 일도 없다.
참새 수백마리가 논밭에서 뭔가를 열심히 주워먹는다.
논밭에 갔다가 나무에 앉았다가를 반복.
짹짹짹짹
(논에 무언가를 덮친 금눈쇠올빼미)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바로 옆에서 무언가 확 날아올라서 컨테이너 꼭대기로 올라 앉았다.
"그..금눈쇠!!! 대박..! 후.. 침착하자 침착"
흥분한 상태로 연신 혼잣말을 하며 자전거를 유유히 타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자전거 뒷자리에 꽁꽁 묶어놔서 꺼내는데 신속성이 많이 떨어진다. 아무튼 이 점에 대해선 뭔가 개선이 필요하겠다.)
흥분을 하면 신중함도 떨어지고 경솔해져서 뭔가를 알아내기도 전에 실수를 할 확률이 크다. 우선 마음부터 좀 진정시키고...
오늘은 우선 사진을 찍는 것보다 녀석이 어디에 자주 앉는지 어디에서 활동을 하는지 알아내는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주변의 창고 건물들과 주민들이 쌓아놓은 음식물쓰레기들....
창고는 금눈쇠올빼미가 낮에 숨어서 잠을 자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이고 음식물쓰레기들 때문에 쥐들이 많이 꼬일테니 사냥터로도 제격이다.
분명.... 이 녀석은 잠시 들렀다 가는 나그네 개체가 아니라 이 곳에서 월동하는 개체일 것이다. 공릉천에서 보았던 개체의 습성과 매우 흡사하다.
나그네 개체라면 오늘 반드시 사진을 찍고 가야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월동개체라면 앞으로도 볼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오늘은 지켜만본다.
전봇대로 날아갔던 녀석이 뭔가를 덮쳤다. 덮친 후에도 여러번 푸드덕 거리며 날개짓을 하는걸 보니 뭔가 잡았나보다.
차가 자주 다니지는 않지만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전봇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들판도 아닌데.... 오히려 민가 근처에 이 녀석이 사는구나.
그러고보니 미국에도 barn owl 같은 경우에 오히려 사람들의 창고에서 살아가는데... 왜 진작 생각을 못 했지. 아무튼 오늘 완전 땡 잡았다.
근데 참 특이하다. 저번에 자전거 종주 여행 하는 도중에도 이포보 오토캠핑장에서 금눈쇠올빼미를 한 마리 만났었는데....
오늘도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만나다니 자전거만 타면 만나게 되는 그런 특이한 점이 있네.
와... 폰으로 대놓고 찍고 있는데 안 날아가는..... 뭐 저딴 놈이 다 있지 ㅋㅋㅋㅋ 나도 그냥 아까 가까이 있을 때 찍을 껄 그랬나보다.
내가 저 아저씨 자리에 있었으면 저 자리에 앉은 것도 찍고 사냥하는 것도 찍었을텐데
갈때 30 올때 30.. 꼬리뼈만 안 아프다면 자전거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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