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 15:36ㆍ낙서/가끔씩 끄적끄적
본문은 교육 웹진 <우물을 나온 개구리> 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http://pajufreeschool.tistory.com/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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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문화 혹은 취미활동들이 존재한다. 여럿이서 함께 즐기는 취미에서 혼자 즐기는 취미까지. 돈이 왕창 깨지는 취미에서 그렇지 않은 취미까지, 지구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문화와 취미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여기 당신에게 삶의 질을 한층 풍족하게 만들어줄 (혹은 지갑을 날씬하게 만들..) 새로운 문화이자 취미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필자가 10년 째 도전하며 즐기고 있는, ‘탐조’ 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이 단어는 새의 자연 상태의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새? 새를 보러 다닌다고? 까치? 참새?”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탐조를 시작해서 탐조 문화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이 탐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지 잘 모르겠다. 이 바쁜 세상에 할 짓이 없어 새나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장담컨데, 탐조는 당신의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마저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문화이자 취미다.
길에서 보면 뭐하는 사람들일까... 싶겠다. 해양성 조류를 관찰 중인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멤버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탐조 문화는 18세기경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확장, 곧 전세계로 퍼져나아 갔다고 한다. 한국에는 어떤 경유로 정착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웃 국가인 일본이나 서양권에 비해 아직 한국에선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문화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필자가 미국의 어느 촌구석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놀랐던 것은 집집마다 마당에 새 먹이통 (Bird feeding)을 설치해놓거나 물수리 같은 맹금류들을 위해 15m 높이의 인공 둥지를 설치 해놓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자연친화적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많은 조건들이 있었겠지만 탐조라는 단어부터 생소해 하는 한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풍경이다. 학교 야조회에서 활동했던 미국인 교환학생의 말에 따르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자기네 나라에서 탐조는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등산가는 거랑 비슷하다고 했다. 끄덕끄덕. 바로 이해가 가는 예시였다.
“취미가 뭐야?”
“탐조”
“탐조가 뭔데?”
“조류, 음.. 날아다니는 새 보는 거”
“오옹, 그럼 가장 좋아하는 새가 뭐야?”
“치킨”
“응.. 그래.. 그럼 너 혹시 그 사람 알아? 그... 윤무부?”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항상 흘러가게 되는 레파토리다. 아니 당연히 모른다.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연예인들과 알고 지내는 게 아니듯이 나도 새를 보는 게 취미일 뿐 그 분은 잘 모른다. 윤무부 박사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새’ 하면 바로 윤무부 박사로 귀결되는 것이 지금의 사람들의 인식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필자는 나이가 어린데 새를 보러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미디어에 종종 ‘꼬마새박사’라고 노출 되기도 했다. 새 조금 안다고 ‘꼬마 새박사’ 타이틀을 획득하는 걸 보면 아직까지 한국에선 탐조 문화가 깊게 형성되지 않았음이 짐작된다. (알고 보면 한국에도 꽤 많은 꼬마 새박사 들이 있다) 대학교에 와서는 사람들이 내 얼굴과 이름은 몰라도 ‘새보는 애’ 가 있다는 건 알 정도로 특이하게 여기는 걸 느끼곤 한다.
그래서 소개 하자면, 흔히 나 같은 일반인은 영어로 Birder, 윤무부 박사 같은 조류학자는 Ornithologist 로 세분화 할 수 있다. 한국어로는 탐조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정식 명칭은 없는 듯하지만 필자가 활동하는 대학야조회에서는 통상 서로 ‘새덕’ (새 + 오덕후의 줄임말)이라고 부른다.
Bird watching 혹은 Bird watcher는 역사적으로는 오래된 단어이지만 좁은 의미에서 쓰이는 단어이고 ‘탐조를 하는 사람’과 ‘탐조’를 영어로 말할 땐 주로 아래의 두 단어를 사용한다.
Birder. The acceptable term used to describe the person who seriously pursues the hobby of birding. May be professional or amateur.
Birding. A hobby in which individuals enjoy the challenge of bird study, listing, or other general activities involving bird life.
Birding 의 설명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탐조는 단순히 새를 보고 끝내는 일이 아니다.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기, 동정하기, 사진 비디오 촬영, 깃털 수집, 골격제작, 구조, 교육, 환경보호, Bird Feeding, 등 새와 관련되어 있는 많은 활동들이 Birding에 포함된다. 그러기 위해선 각종 준비물도 필요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어떤 새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새에 대해서 알아야 새를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공부를 하면서 특정 분야에 더 흥미가 생긴다면 자연스레 학구열과 함께 깊게 파고들게 될 것이고 어느새 진정한 새덕후로 거듭 나여 새 뒷모습만 보고도 무슨 새인지 동정하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가볍게 발을 담그는 수준만으로도 탐조를 해본다면 세상엔 해야 할 멋진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새를 찾으러 다니다 보면 산과 들판, 바다와 강을 누비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혀질 수 있다. 그 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집 주변의 작은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니 일상에 새로움을 더하고 싶다면 쌍안경을 집어 들고 집 밖으로 탐조를 하러 떠나보자.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는 뒷 내용에서 차차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2016.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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