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만나기 위한 준비, 알고 봐야 재밌다

2016. 9. 13. 15:50낙서/가끔씩 끄적끄적




본문은 교육 웹진 <우물을 나온 개구리> 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http://pajufreeschool.tistory.com/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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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를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시작하기 전에 새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시작하는 편이 좋다.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그냥 날아다니는 이쁜 생물이지만 어떤 새인지 알고 보면 나와 새가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기에 새들을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까지 가지게 된다면 새들에 대해 한 가지 씩 알아가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이번 편에선 우리나라 새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한 소개를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새 종수는 도감에 수록된 것만 541 종이다. 비공식 기록까지 포함하면 이 보다 좀 더 많다. 한반도의 면적을 감안하면 종 수의 밀도가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앞으로 알아가야 할 게 많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새들은 계절에 따라 이동을 하기 때문에 계절별로 보이는 새들이 많이 다르다. 새들은 크게 텃새와 철새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철새는 다시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새, 그리고 길 잃은 새로 나뉜다. 계절별로 먹을 수 있는 별미가 있는거랑 비슷하다. 




비상하는 겨울철새 기러기들



텃새 Resident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내내 한반도에 말뚝 박고 살아가는 새들을 뜻한다. 대부분 참새, 까치, 비둘기, 직박구리 같이 우리 주변에 흔하고 잘 알려져 있는 애들이 텃새다. 새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얘네들 정도는 안다. 직박구리는 컴퓨터 폴더명으로 만나본 사람도 있을 텐데, 거리를 걷다 나무를 올려다보면 실제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당신의 아침잠을 방해하는 새가 있다면 범인은 직박구리일 확률이 매우 높다. 그만큼 텃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살아간다.




텃새 직박구리



여름철새 Summer Visitor는 겨울에는 먹을 거 많고 따듯한 동남아로 내려갔다가 더운 여름에는 새끼들을 길러내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새들을 말한다. 그래서 물새보다는 숲에서 살아가는 산새들이 많다. 꾀꼬리, 파랑새, 후투티, 소쩍새, 물총새들이 대표적인 여름철새들이긴 한데, 최근 몇 년 동안 남부지방에서는 여름철새들이 겨울에도 관찰되는 빈도가 늘고 있어서 여름철새라 해야 할지 텃새라 해야 할지 모호한 종들이 있다.


여름철새들을 관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숲이 울창해서 새들을 찾기가 어렵다. 울음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 위를 올려보자니 목도 아프다.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모기들은 끔직하며 내리쬐는 햇볕은 살인적이다. 깜박하고 모자를 두고 나온 날에는 머리카락이 익는 구수한 냄새를 경험 할 수도 있다. 즉, 여름에는 가급적 방 밖을 벗어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렇긴 해도 여름에는 새들이 새끼들을 길러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다만 인간인 우리가 둥지에 다가가면 어미새는 둥지의 위치가 새끼들을 기르기에 위험한 곳이라 판단하여 둥지를 포기할 수도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니 어미새의 눈치를 잘 살펴봐가며 육추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찰하자.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튼 박새, 어미새가 주변을 살피고 있다



겨울철새 Winter Visitor는 여름철새와는 반대로, 여름에는 새끼들을 길러내기 위해 북쪽인 러시아와 몽골에 갔다가 추운 겨울에 한국으로 남하하는 새들을 뜻한다. 산새보다는 물새가 많고 종수와 개체수도 여름에 비해서 월등히 많다. 수 많은 오리들과 하늘을 뒤덮는 기러기들, 거대한 맹금류들까지 겨울에는 어딜 가나 새들이 넘쳐난다. 날씨가 춥다는 것만 빼면 한국의 겨울은 새덕들에게 가장 근사한 계절이다. 다른 건 몰라도 철원의 독수리와 두루미 그리고 그 유명한 가창오리의 군무는 놓치지 말고 한번쯤 꼭 봐야 할 자연의 선물이다.


단, 새가 많은 건 참 좋은데 강변이나 해안가에선 바람이 정말 미친 듯이 불어온다. 새 보다가 레버넌트 찍고 싶은 게 아니라면 빵빵한 패딩에 양말 세 겹, 장갑 두 겹, 내복과 목도리, 귀마개, 모자까지 쓰는 완전무장은 기본이요 필수다.

 

나그네새 Passage Migrant,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휴게소에 들르는 것처럼 새들도 대륙간의 이동 중에 휴식을 위해 한국에 잠시 들른다. 이렇게 휴게소 역할을 하는 곳을 중간기착지 라고 하며 봄과 가을에 잠시 동안 방문하는 이 새들을 나그네새 라고 한다. 나그네새는 갯벌에서 볼 수 있는 도요새들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조류 사진가들에게 인기 좋은 비둘기조롱이, 물수리 같은 손님들도 있다. 이때는 일찍 도착한 철새와 아직 떠나지 않은 철새 그리고 이동 중인 나그네새들까지 해서 1년 중 가장 풍족한 탐조를 다닐 수 있는 시기다. 특히 새들의 이동경로인 외연도나 어청도 같은 서해안 섬에선 나그네새들로 바글바글한 하여 새들로 미어 터진다. 탐조 경험이 많은 새덕들에겐 4~5월 중에 섬에 들어가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어지러울 정도로 새들이 많다. 참고로 가을은 이동경로가 달라서 봄보다는 섬에 새가 많지 않다.

 

길 잃은 새 Vagrant 는 말 그대로 길을 잃어서 어쩌다 한국에 오게 된 새들을 말한다. 내 필명인 Booby, 갈색얼가니새가 길 잃은 새에 포함된다. 한번도 기록이 없는 미기록종이거나 몇 번 기록이 없는 희귀한 새들이라서, 나타났다 하면 전국의 사진가와 새덕들이 한 자리에 몰려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미기록종을 제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 새의 이름을 지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그래서 도감을 보면 최초 발견한 사람 이름이 들어가있는 종들이 꽤 있다.  



Spanish Sparrow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영국의 새덕들 @EGRETSIVEHADAFEW



여기까지가 계절별로 볼 수 있는 새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앞으로는 도감과 새와 관련된 사이트들을 보면서 스스로 공부하자. 도감에 있는 새 이름만 웬만큼 알아도 미래의 윤무부 소리 들을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은 경험 많은 새덕과 함께 탐조를 가는 것이다. 따라다니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알아낼 때까지 계속 물어봐서 귀찮게 만들자.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거주하는 지역의 환경운동연합에서 진행하는 탐조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고 학교 동아리나 시민탐조클럽이 있을 수도 있다. 대학생이라면 연합동아리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에 가입하면 된다. 만약 함께 탐조를 갈 곳이 아무데도 없다면 에코버드투어에서 판매하는 탐조여행에 참여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2016.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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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될 수도 있는 사이트]

 

버드디비 - www.birddb.com

온라인조류도감 사이트다. 고화질 새 사진과 함께 새 이름 공부하기 좋다.

 

대학연합야생조류연구회 - ubck.org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연합동아리이다. 부비도 여기서 활동하고 있다. 새를 좋아한다면 학번, 나이, 전공 상관 않고 모두 환영이다.

 

NGO 새와 생명의 터 - http://www.birdskoreablog.org/

영어를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면 새덕들에겐 무척이나 유익한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http://ecotopia.hani.co.kr/321846 이런 분께서 운영하고 있다.

 

에코버드투어 - http://ecobirdtour.co.kr/

한국 최초의 탐조 생태관광여행사다. 전문가와 함께 철새도래지로 탐조여행을 가볼 수 있다. 탐조가 무엇인지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부비 개인블로그 - http://blog.daum.net/sgigig

많은 탐조 후기와 흑역사들이 기록되어있다. 15년도 이전 글은 안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