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어> 세상엔 이런 영화, 이런 사람들도 있다

2016. 9. 13. 16:01낙서/가끔씩 끄적끄적

 

 

 

본문은 교육 웹진 <우물을 나온 개구리> 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http://pajufreeschool.tistory.com/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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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아 그런 영화가 있어요?”

 

지인에게 이 영화를 들었을 때 조금은 황당하면서도 은근히 어떤 영화일지 기대가 됐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새 새 새, 새를 찾아 떠나는 새덕들이 나온다는 이 영화. 

 

새가 나오는 영상물이라면 다큐멘터리이거나 지루하고 어려운 과학장르 일거라는 내 편견과 달리, 정말 지극히 평범한 극영화라는 게 반전이었다. 심지어 괜찮기까지 하다. 의외로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 안에는 많은 새덕들이 공감할 이야기들과 일반 관객들에게도 안겨주는 뚜렷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잭 블랙, 스티브 마틴, 오웬 웰슨이 주연으로 나오고 빅뱅이론의 짐파슨스 같은 유명 배우들이 조연으로 나오는 빵빵한 캐스팅까지! 이 영화는 탐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교과서 같으면서도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보여준다. 새 보다가 이쁜 여자친구가 생긴다는 판타지적 결말만 뺀다면 현실 고증도 훌륭하다. 연재를 하게 된다면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제목은 <빅 이어(Big Year)>. 2011년에 나왔지만 국내에는 개봉하지 않았다. 영화 시작 부분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빅 이어>는 1년 동안 누가 가장 많은 종을 보는지 겨루는 대회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길을 걷다 까치, 참새, 비둘기들을 봤다면 당신은 총 3종을 본 것이다. 

 

'누가 누가 새를 더 많이 보나' 

 

귀엽게 들릴 수 있지만 꽤나 씨리어스한 대회다. 한국은 탐조문화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아서 빅이어가 다른 사람과의 경쟁 보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일 때가 대부분인데 외국에선 많은 새덕들이 참가하는 큰 대회다. 엄연한 대회인 만큼 몇 가지 규칙들도 있는데 신기한 것은, 참가자가 새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오로지 참가자들 간의 신뢰와 양심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독수리를 못 봤어도 봤다고 주장하면 본 걸로 인정되는 식이다. 그럼 실제보다 종 수를 부풀리는 구라쟁이가 있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아직 까지 구라 치는 새덕은 못 봤다. 양심은 둘 째 치고 보통은 새덕으로서의 자존심과 자기 만족 때문에라도 구라를 치진 않는다. 

 

 

 

 

최근 무한도전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잭블랙도 새덕으로 등장한다

 

 

필자는 10년동안 340종 정도 관찰했는데 신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새가 있다고 알려진 곳에 간다 해도 그 새를 본다는 보장이 없다.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내가 도착하기 십 분 전에 새가 떠나거나 같이 온 다른 사람들은 봤는데 나만 못 봐서 배만 아플 때가 많았다. 관광안내지에선 볼 수 없는 깊은 숲 속의 습지, 깎아져 내리는 어느 산 절벽, 먼 바다의 외딴 섬 등 오로지 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니는데 거기에 쓰이는 시간과 경비 같은 현실적인 조건들을 따지고 보면 낭만적이기만 하지도 않다. 영화의 배경인 미국은 땅 덩어리가 넓어서 실제 참가자들이 비행기 값만 내다가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고생해서 결국 1등을 하면? 

 

‘1년동안 가장 많은 종을 관찰한 사람’ 타이틀만이 남는다. 상금도 상품도, 뭐가 아무 것도 없다. 이 영화는 이런 비이성적인 대회에 세 명의 남자가 서로 경쟁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빅 이어에 도전하는 싱글남 브래드, 오랫동안 미뤄온 꿈을 이루려는 만년 CEO 스투, 1등 챔피온 자리를 지키려는 보스틱. 저런 걸 왜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는 미친 세 사람의 치열한 경쟁이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본인이 새덕이라면 혹은 주변 사람 중에 새덕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낄낄거리면서 공감할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새를 빼놓고 영화 자체로만 봐도 좋은 작품이다, 새를 몰랐던 사람이라도 하루를 마무리 하며 맥주 한 캔과 같이 보기에 딱 좋은 영화 임을 알려주고 싶다. 새 한 마리 보고 못 보고에 웃음과 눈물로 갈리는, 치열하지만 순수한 바보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나보자

 

 

네이버에서 대여 또는 구매가 가능하다. 

 

 

2016.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