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눈맞으며 공릉천 탐조

2011. 1. 23. 21:58탐조/2011년

 

 

1월 23일 눈맞으며 공릉천

 

오늘 날씨를 보니 눈이 아주 거셉니다.

 

하지만 이런 날에 탐조를 나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거라 믿고

 

오늘도 탐조를 나갔습니다.

그리고.. 좋은 경험 했습니다.

 

 

물론 카메라는 젖지 않도록 비닐로 손수 싸메고 옷은 겹겹이로 완전무장을 하고 공릉천에 12시쯤 도착했습니다.

 

 

 (눈이 오든 말든 먹이활동하고 있는 고라니 2마리)

 

오늘은 사실 눈이 올때와 안 올때의 새들의 행동 차이를 비교 할려고 온 것이기도 합니다.

고라니는 눈이 오든 말든..별 상관 없네요.

 

이 장소에는 군인들의 철책이 있다보니 딱 고라니 2마리가 항상 이곳에 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이 녀석들도 눈이 올때와 안 올때의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빙산인가? 공릉천에 커다란 얼음섬들이 생겼습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쇠기러기)

 

 

(눈 속의 흰뺨검둥오리들)

 

 (날아가는 쇠기러기)

 

 

 눈 바람이 앞에서 날아와 뒤를 돌아보고 뒷 걸음으로 탐조를 했습니다.

 

그렇게 눈 길을 한참 걷다가 자동차 한 대가 오더니 창문을 내립니다.

 

예전에 공릉천에서 잠깐 만난 SLR클럽 사람이더군요. 2명이였습니다.

 

눈 속을 걷는 내 모습이 딱하게 보였는지 태워줍니다.

 

그러고 얼마 안 있어 황조롱이가 나타났습니다.

 

 (전봇대에 앉아있는 황조롱이)

 

황조롱이는 전봇대에 앉아있다가 우리들이 사진을 찍으니 한칸 씩 자리를 옮깁니다.

찍으면 앞에있는 전봇대로 또 찍으면 앞에있는 전봇대로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나중에는 황당한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봇대에 황조롱이가 앉아있는데 이번에는 우리들이  찍어도 날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날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 한분이 "날립니다. 준비하세요."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나는 맨 처음에 이게 뭔 뜻인지 몰랐습니다.

 

근데 운적석에 있던 분이 카메라로 황조롱이를 찍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내 옆에 타던 분은 자동차에서 내려

워- 워- 소리를 지르면서 박수도 치면서  날아가기를 유도하더군요.

 

결국 황조롱이는 날았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아저씨는 찍지도 못 했구요.

 

이해가 안 됬습니다. 왜 사람들이 새들을 발견하면 SLR사람들한테 알려주지 말라는 건지.. 알았습니다.

 

나는 거기서 "새를 볼때는 조용히 보는게 새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돼지나 소를 동물로 안 보고 먹을거로 보는 듯이

이 사람들에겐 새들이 새가 아니라 예쁜 사진감으로 보이나 봅니다.

나름대로 충격이였습니다.

 

예전에도 수리부엉이 관찰 할때 어떤 할아버지가 워- 워- 소리지르고 날아가기를 유도하길레

그 할아버지랑 대판 싸웠죠. ..  아~ 이 사람들 진짜 이해할수 없네

 

 (날아가기를 반복하는 황조롱이)

 

이제 황조롱이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우리는 금눈쇠올빼미를 찾으러 갔습니다.

나는 내심 속으로 금눈쇠올빼미가 오늘은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까처럼 날리면 어떻하나 싶어서요.

 

다행히 금눈쇠올빼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아저씨들은 차 안에서 몇 분 기다려보자 했고 나도 옆에서 금눈쇠올빼미를 기다렸습니다.

 

 (눈을 피해 앉아있는 황조롱이)

 

금눈쇠올빼미가 있는 장소에서 대신 황조롱이가 보였습니다.

황조롱이는 눈이 오는 날이랑 아닌 날이랑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평소에는 절대 안 앉는 이런 자리에 눈을 피해 앉아있는 모습. 이런 모습을 보니 새들에 대해서 더 많은 이해를 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벽돌이랑 황조롱이 색깔이랑 비슷해서 나는 못 찾았는데

SLR클럽의 아저씨는 오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잘 찾아냅니다.

 

한분은 새 찍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된듯, 길도 모르고 새 이름도 모릅니다. 근데 카메라는 정말 좋네요.

 

 (평소에 금눈쇠올빼미가 앉아있는 자리에 오늘은 황조롱이가..)

 

황조롱이도 어지간히 이 자리를 떠나기 싫은지 날아가지 않습니다.

 

SLR 아저씨들은 금눈쇠올빼미와 칡부엉이를 찾다가 철수한다고 합니다.

 

나는 공릉천 온지 얼마 안 됬으니 영천갑문을 지나고 나서 자동차에서 내렸습니다.

아저씨들은 차를 타고 가시고 나는 계속 걸어 탐조를 했습니다.

 

 

솔직히 자동차 태워주신건 감사한데 새를 날리는 모습에 좀 놀랬습니다.

 

(영천갑문 앞에 앉아있는 왜가리)

 

 

 (비오리들)

 

영천갑문 앞에 비오리들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는 잔잔한 영천갑문 뒷 쪽에 많은데.. 왜 앞쪽으로 건너왔는지 이유는 모르겠네요.

 

 

 

흰비오리 한쌍도 보입니다.

 

 

눈밭 위에 흰비오리 암컷.

 

 

꽤 많은 비오리들.

 

 (긴꼬리홍양진이 암컷)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이 녀석을 만납니다.

 

색깔 고운 수컷을 만나고 싶은데 보이지 않네요.

 

 

 (에구머니나 깜짝이야!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참매 유조)

 

긴꼬리홍양진이를 보고 나서 몇 발자국 안 걸어서 바로 맹금류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눈으로 발견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뒤로 빠졌습니다.

 

그 다음 소리가 안나게 눈을 조심스럽게 밟고 사진을 찍었는데

눈 들어오지 말라고 덮어놨던 비닐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래도 녀석 날아가지 않고 계속 앉아있습니다.

 

평소에  말똥가리 황조롱이를 제외하고는 맹금류들이 하늘에 날아가는 모습을 잠깐 보고 마는게 다였던 나는 앉아있는 맹금류의

모습을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오늘에서야 앉아있는 맹금류를 만났습니다.

 

참매 사진은 이번이 처음 찍어보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앉아있었는지 몸에 눈이 쌓여있습니다.)

 

이제 사진도 찍었으니 뒤로 빠지는데 녀석이 날아갔습니다.

 

난 가는 중이였는데.. 괜히 힘빼지 말지.. 이럴 때마다 새들에게 괜한 섭섭함을 느낍니다.

 

다행히 눈이 와서 그런지 멀리 안 날아가고 근처에 다시 앉았습니다.

 

(날아가는 쇠기러기들)

 

 (맹금류들의 통일된 똥싸는 포즈)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보이는 공릉천 하구쪽에 살고 있는 털발말똥가리.

 

2마리 또는 3마리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한 녀석은 전체적으로 하얗고 한 녀석은 턱이 검습니다.

 

 

 

날긴 날았는데 이 녀석도 참매와 마찬가지로 눈이 와서 그런지 바로 앞에 있는 전봇대로 날아갑니다.

평소에는 멀리 멀리 날아가더니.. 날씨랑 상관이 있는 걸까요?

 

 

 

평소에는 이 정도 거리면 바로 날아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안 날아가네요.

 

 (물때까치)

 

예전에는 이 물때까치를 그렇게나 보고 싶어했는데

요즘은 공릉천 갈때마다 내 앞으로 나타나줍니다.

 

 (착한사람 눈에만 보여요~)

 

다시 맨 처음 고라니 봤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공릉천을 한바퀴 돈 것이지요.

아까는 걸어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하더니 지금은 풀숲에 숨어 앉아있습니다.

 

 

(쇠기러기들..눈밭에 먹을게 있을까?)

 

공릉천을 한 바퀴 돌자 눈이 그쳤습니다. 한결 낫더군요.

 

(비오리와 청둥오리들)

 

금눈쇠올빼미와 칡부엉이를 다시 한번 찾아볼려고 또 상류쪽으로 걸어갔다가

여전히 보이지 않아서 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눈구름으로 뒤덮여 있어서 지금이 해질녘인지 아니면 쨍쨍한 한 낮인지를 알수가 없네요.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어갔습니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다 만난 황조롱이)

 

이 황조롱이는 꼬리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검은색 선이 그어져 있네요.

 

 (시끄럽게 울던 까치.)

 

까치가 깍깍 대면서 울면 근처에 맹금류가 있거나 삵이 있던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네요.

 

 (내가 좋아하는 새인 멧종다리)

 

눈으로 뒤덮인 풀숲에 앉아있을 때 찍었으면 더 예쁘게 나왔겠지만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어도 예쁘네요.

 

 

 

 

 (방울새들)

 

항상 모여 다니는 녀석들.

 

방울새는 내가 사진을 안 찍고 앞만 보고 걸어가도 날아가는 반면에

멧새는 앞만 보고 걸어가면 날아가지 않네요. 무슨 차이일까요?

 

 (또 만났다~ 황조롱이)

 

 

 (쇠기러기들)

 

 

 

이제 지치고..힘들어서 버스 정류장이 있는 유승빌라단지 까지 걸어갑니다.

 

근데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어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모자가 날아갈 정도.. 그냥 집으로 빨리 갈껄 그랬습니다.

 

 

 

겨우겨우 버스정류장에 다 도착했을 때 보인 흰뺨검둥오리.

 

야생의 오리가 사람들 근처에도 이렇게 나타나주기도 하네요.

 

 (짹짹짹~ 참새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참새들을 찍었습니다.

 

 

이곳과 나뭇가지를 왔다갔다를 반복하네요.

 

 

 (우글우글)

 

여기에 뭐가 있는 걸까요?

 

 

 

 

 

버스를 기다리다가 유승빌라단지 꼭대기에 있는 수리부엉이를 찾았습니다.

혹시나 있을까 해서요.

 

 

오늘도 수리부엉이는 못 봤습니다. 2월이 다 되가는데... 포란 하고 있겠죠.

 

(작은 구멍)

 

이 작은구멍 속으로 박새로 보이는 새가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습니다. 우찌 된건지..

 

오늘 참 좋은 경험 많이 했습니다.

 

평소에 새를 보면서 나하고 SLR 사람들 하고 다른게 뭔가? 결국 똑같은 놈 아닌가? 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오늘 만난 SLR아저씨들 덕분에 나하고 SLR 아저씨들 하고의 차이를 알게 되서 기쁩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비닐로 덮어놔도 소용이 없네요. 오늘 카메라 눈 때문에 다 젖었습니다. 설마 고장나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