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5. 00:30ㆍ탐조/2011년
7월 24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방학을 한 뒤로는 방구석에서 지내는게 하루의 일과였는데 바깓 공기라도 쐴 겸 동네공원으로 솔부엉이를 보러갔다. 오늘은 꼭 멋진 사진을 찍으러 간다기 보단
그냥 시원시원 여유로운 마음으로 새를 보러 갔다. 오후 4시에... .
까치 무언가 열심히 쪼아 먹고있다.
짜식들..버섯 몸에 좋은건 알아가지구.
솔부엉이를 찾던 중... 좀 이상한 사람을 발견.
나무구멍 바로 앞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저것도 저 사람의 취미인데 어찌해야 하나..하다가 슬그머니 소리 없이 뒤로 접근해서
열심히 새 찾는 척 곁에 서 있어보니 갑자기 골프채를 내려놓더니 내가 갈 때가지 이리저리 서성서성 거리며 "흠! 흠!" 하고 있었다.
다른데서 해줬으면 좋겠으나... 저것도 저 사람의 취미니 존중하고 지켜만 봤다.
(오랜만이다~~)
솔부엉이를 찾기 위해서 풀숲으로 들어가는데 엄청난 모기 떼들이 덤벼들었다. 내 발목 높이에서 하루살이들이 떼로 모여있는 것 만큼 녀석들이 모여있었다.
손바닥으로 그냥 확-! 휘둘러줬더니 손바닥에 자잘거리는게 부딪치는 감촉이 난다.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도착해서 이제 부- 부- 부엉이 소리를 내려는데 모기 떼들이 내 다리를 너무 물어대서 도저히 부- 부-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잠시 몇 분간 모기들과 전쟁을 하고 잠시나마의 여유가 생겼을 때 재빨리 부엉이 소리를 부- 부- 부- 5번 불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답변은 들리지 않았다.
솔부엉이 새끼들이 이소하는 시기라서 그런걸까? 솔부엉이는 소리를 내지 않고 어느새 내 머리 위에 나타나 있었다. 우와- 방금 전에만 해도 없었는데... 정말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간다.
솔부엉이 바로 옆에 있는 까치 둥지.
나무구멍에는 아무래도 솔부엉이가 살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구멍크기가 너무 작다랄까... 그래서 혹시 까치둥지에 번식을 했나 싶어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넌 누구냐)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운거니?
나를 노려보고나서 바로 똥을 뿌직 한방 쌌는데 내용물이 너무 적더라는..
여기저기 긁고
몸도 털고
부르르--
녀석은 한참동안 부- 부- 울다가 오랫동안 상대방이 보이지 않자 그냥 이 자리에서 졸기 시작합니다.
졸리구나? 그치?
긁적 긁적.
나무 위에 앉아 꾸벅- 꾸벅- 졸다가 아주 가끔씩 벅 벅 벅 긁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짜 졸려보인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취침.
계속 이러고 있는거 보기도 힘들고- 해서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에서 으쌰 으쌰 열심히 운동도 하고 돌아와봐도 여전히 잠만 자고 있다. 야행성이니 당연한거지만
(얄미운 놈 킁~)
에-이 심심해서 꾀꼬리라도 찾아나섰지만 꾀꼬리가 뭐 어디 쉽게 찾을 수 있는 녀석도 아니고..
해질녘이라 빛이 좋아 자리도 바꿔가며 찍어보고
이쪽 저쪽 다양하게
긁적 긁적 벅- 벅- 벅-
바로 옆에 까치가 깍! 깍! 거리며 소란을 피워보지만..
솔부엉이는 쳐다보기만 한다.
오색딱따구리도 나타나주고..
너무 너무 배가 고파서 집으로 돌아갔다. 녀석이 잠을 자고 있으니 어디 다른 곳으로 갈 일도 없고 7시 전에만 돌아오면 되겠지..싶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협 라면 2개를 맛있게(짜게) 끓여먹고나니 배가 부글부글 거린다. 아-- 이거 아침부터 밀가루만 먹어서 그런가? 잠시동안 배가 아파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배가 아프지 않아 삼각대와 휴대랜털을 들고 나가려고 신발장 앞에 서자 엄마가 들어오셨다. 저녁이 보쌈이란다.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갈등 때렸지만 역시 고기보다는 솔부엉이지~
성저공원에 도착하자 정확히 한 시간 뒤인 6시 50분이였다. 나는 녀석이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나 찾아보았더니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어? 이게뭐야? 어디갔어? 어떻게 된거야? 갑작스런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혼란스러워 하다가 나는 내가 엉뚱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 뭐야~ 여기 있었네. 솔부엉이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아직도 졸고 있었다.
쿨~ 쿨~
어? 일어났다.
아침 몸단장 들어갑니다.
여기저기 긁고 털고.. 몸에 벌레가 많은가 봅니다.
얘는 목이 참 자주 사라져...
다시 몸 털기.
부르르르~
7시 13분이였나? 녀석이 갑자기 날아갔다. 활동하기 시작한 것 이다.
녀석은 날개를 펴고 내가 발견 해놓은 나무구멍 쪽으로 날아갔다. 어?! 설마 내가 착각한건가? 저기서 번식을 한 건가?
녀석의 주 무대인 밤이 되었으니 나는 천천히 신중하게 움직여 나무구멍 앞에 삼각대를 펼쳐놓고 기다렸다.
(이 사진부터 실제로는 굉장히 어두운데 밝게 찍었습니다.)
어???!?? 나무구멍에 보이지 않길 원했던 녀석이 보였다. 청딱따구리~~~ㅜㅜ.... 솔부엉이 둥지가 아니였구나..나의 기대는 그렇게 깨졌다.
올해 이 공원에서 청딱따구리 본 적은 한번도 없는데... 부리를 보니 이제 막 내부공사에 들어갔나보다. 어쩌면 솔부엉이가 번식을 다 끝내고 청딱따구리가 내부공사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솔부엉이가 없으면 뭐..앞으로 청딱따구리 보면 되지 뭐..
청딱따구리는 밖이 어두워서인진 몰라도 정말 정말 오랫동안 한 자세로 주시하다가 가끔씩 다른 곳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솔부엉이는 어둠이 깔려서 신이 났는지 이리저리 휙- 휙- 날아다닌다. 가까이 앉아서 좀 찍을라하면 다른 곳으로 휙- 휙- 날아가버린다. 내가 움직여서 날아간 줄 알았더니 다른 곳에 앉아도 금세 다른 곳으로 날아가곤 했다. 혹시 지금 벌레 사냥 하는건가?
그러다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툭!
우와악~~!! 실제로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거의 지를 뻔 했다. 솔부엉이가 내가 나무구멍이랑 너무 가깝다고 판단하고는 날 공격하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보다 더 가까이에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우수수-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제법 묵직한 나뭇가지들이다. 알고보니 솔부엉이가 하늘을 날아오를 때 추진력을 얻기 위하여 박차며 날아오를 때 앉아있던 나뭇가지가 떨어지는 것이였다. 후~~ 이 녀석이 일부러 날 노리고..?
근데 한 가지 이상하게도 날아다니는 솔부엉이는 이 녀석 한 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소한 새끼들은 어디있는 거지? 어미한테 먹이 달라고 소리지르거나 그러지 않나..?
전혀 소리도 안 들리고 다른 사이트에 있는 사진 보면 땅바닥 걸어다니던데..
어쩌면 솔부엉이가 이 곳에서 번식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이가 너무 부족해서..? 처음 발견한 날에는 솔부엉이가 모두 3마리였는데...
하긴.. 부- 부- 소리내면 답변하는 건 이 녀석 한마리 밖에 없었고... 아니면 수리부엉이처럼 둥지에는 새끼들만 내버려두고 사냥을 다른 곳에서 한 다음 먹이배달만 하는건지..
녀석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휙- 휙- 날아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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