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동네공원 (솔부엉이, 조롱이)

2011. 8. 22. 22:44탐조/2011년


8월 22일 동네공원.


점심을 집에서 먹고 도서관 가는 누나와 같이 1시 반 쯤에 공원으로 가는 길이였다. 

단지 입구에 왠 할머니분이 우리에게 도와달라는 것이였다. 나는 햇빛이 뜨거워서 우산을 가져왔기에 일단 우산으로 그늘부터 만들어주고 얘기를 해보니 

식구들 보러 여기에 왔는데 정신을 잃는 바람에 어딘지 모르겠다는 것이였다. 할머니는 빌라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걸 모르시고 우리 식구 집이 이렇게 생겼다며 아무데나 들어가는 것이였다. 대화를 하고...... 나중엔 경비실에 가서 안내방송을 하려다가 할머니 식구 성함을 여쭤봐서 알아보니 우리단지 사람이 아니다. 


뭐...어쩔수없지 112 불러서 경찰관에게 맡기고 성저공원으로 갔다. 


성저공원에 도착하니 경찰관에게 연락이 왔다. 8단지 사시는 분이라고..잘 모셔다드렸으니 걱정말라고..    잘 됐다. 다행이다. 

착한 짓 했는데 오늘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숲속에 들어가서 조롱이를 찾아봤다. 여기도 안 보이고...저기도 안 보이고... 앗 뭔가 날아올랐다. 조롱이다. 조롱이는 옆 나뭇가지로 한번 날아앉았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조롱이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너무 비효율적인 듯 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조롱이를 찾으러 일어났는데 처음 듣는 신기한 새 소리가 들린다. 뭐지? 흰눈썹황금새인가? (그냥 자기가 보고 싶은새로 추측)

가서 보니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운동장 옆에 잉꼬 한 마리가 앉아서 울고 있었다. 어디선가 탈출했더나 누군가 키우기 번거로워서 버린것이다. 



옆에 나보다 덩치 크고 나이도 많아 보이는 학생들이 배드민턴을 하다가 이 잉꼬를 보고는 관심을 보인다. 

잡아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데 힐끔 힐끔 자꾸 내 눈치를 본다. 잉꼬는 날지를 못 한다. 애완용이라 날개가 절반 잘렸기 때문이다. 

잠시 후 그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갔다. 



애완용이라 날개도 잘리고 우리나라에 사는 새도 아니며 사람 손에 길러진 새가 야생에서 살아갈 확률은 0% 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 두면 조롱이 밥이 되는 건 시간문제...  나는 거리를 유지하고 녀석을 멀리서 지켜봤다. 



녀석을 풀을 뜯어보고 날개짓도 해보고... 시끄럽게 삐익 삐익 울어대기만 한다. 저렇게 우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알림으로써 굉장히 위험한 짓인데..

녀석의 운명이려니.....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봤다. 


나는 내심 조롱이가 저 녀석을 낚아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장면을 찍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버려진 새의 운명은 이렇게 된다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줄수 있지 않을까?  라는 잔인한 생각을 했다. 내가 조롱이 사냥 장면을 찍기 위해 일부러 푼 것이 아니지만 녀석을 운명대로 내버려 둬야할지 잡아서 어디다 보관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녀석의 운명대로 맡기기로 했다. 대신 조롱이 대신 이 녀석을 지켜보기로 하고.. 



녀석은 풀숲 아래로 내려오는 것도 굉장히 힘들어한다. 날개를 쓰질 못 하니 계단 내려가듯 한칸 한칸 내려온다. 



녀석이 아까와는 달리 활발하게 움직이며 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니 



막 움직이기 시작한다. 



설마 쟤 나한테 오고 있는거야? 



녀석은 사진촬영이 불가능한 거리까지 와서 나를 쳐다보다가 종종종종 서슴없이 내게 걸어왔다. 녀석은 내 발 옆에 앉아서 나를 오랫동안 쳐다봤다. 

내가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이 거리에서 분별하고 있다.. 새들은 이 사람이 자신을 해코지 할건지 아닌지 정도는 잘 안다는 이재흥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녀석은 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지 발 위로 올라와서 샌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샌들을 물어뜯다가 천천히 다리 위로도 올라오더니 내 손 위로 올라오고 휴대폰 위에 올라앉았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움직이는 바탕화면이 신경쓰이는지 화면을 뿌리를 쪼고 있는데 갑자기 우루룽 쾅쾅!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머리 위 하늘을 쳐다보니 맑다. 누가 폭죽을 터트렸나?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니 엄청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천둥번개 소리다. 


먹구름은 순식간에 몰려왔고 마침 이 녀석이 내 손 위에 있으니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로 자리를 옮겼다. 정자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엄청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강력한 바람 때문에 비 들이 전부 옆으로 들이쳐서 지붕은 있으나 마나였다. 


내가 분명 우산을 가져와서 이 공원에서 제일 큰 나무 뒤에다 숨겨놨는데 누군가 훔쳐갔다. 에이..미련한 나 




정자로 비를 피하러 온 사람은 한 두명이 아니였다. 산책하러 온 아줌마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내가 새를 들고 나타나자 모두들 신기한 듯 쳐다봤고 

녀석은 내 손 위에서 내려와 다른 사람들에게 갔다. 아줌마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다. 잉꼬는 어느 할머니 어깨로 올라갔다. 꽃무늬의 꺼칠꺼칠한 옷이 올라서기 편한지 올라가서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나는 한참 지나서 잠시 주목을 해달라 하고 이 녀석이 이곳에서 살아갈수 없으니 혹시 데려갈 사람이 없냐고 물어봤다. 대부분의 아줌마들이 딱하지만 우리는 키울 여력이 없다며 피했다. 그때 위 사진에 나온 아줌마와 남편분이 와서 마침 자기 딸이 며칠 전에 백화점에서 이런 새 사달라고 졸라댔다며 혹시 데려가도 되냐고 물어봤다. 

옳다쿠나~  아줌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학생이 새를 주는데 너 잘 키울 자신이 있어?' 라고 물어보는데 내가 보기엔 어째 딸이 키울게 아니라 부모가 기를 것 같다. ㅋㅋ


아~   나 오늘 착한 짓 너무 많이한다. 


어찌됐든 비가 좀 그치기 시작하자 이 부부는 잉꼬를 들고 떠났고 사람들도 떠났다. 

위장용이랍시고 잠바에 붙어있는 모자만 떼어왔는데 머리에 비가 안 맞으니 이러고 오길 정말 잘 한것 같다.^^



비가 엄청 온다. 



순식간에 진흙 계곡도 생겼다.  나는 아직 비가오긴 하지만 아까보다는 덜기에 숲속으로 들어가면 안 맞겠지 싶어 카메라를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 조롱이를 찾아보았다. 

하늘이 흐려서 나무 위가 뭔지 잘 보이지도 않고 숲 속으로 들어와도 비 맞는건 똑같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조롱이가 보이지 않았다. 발견을 못 했다 해도 내 모습에 놀라 날아오르는 모습이라 보여야하는데 그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혹시 건너편 숲속에 있는건가?  저쪽 숲은 울타리로도 막아놔서 사람의 출입도 없고 나무의 높이가 높진 않지만 울창한 편이라 저쪽으로 날아갔을 확률도 있다. 


나는 행여나 번개 맞을까 넓은 공터를 지나갈깬 후다닥 지나가고 나무 밑에서 나뭇잎이 많은 곳만 골라 지나갔다. 

울타리를 넘어 숲속으로 들어와보니 갈색의 어느 새가 휙 하고 날아갔다. 

'왓 조롱이다!  얼레...? 근데 조롱이 치곤 쫌....솔부엉이 같은데..?' 날아간 새는 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면 또 휙 날아가버려서 도무지 누군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번엔 조심조심 접근하여 신중하게 찾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뭐가 보인다. 



어...? 저거 솔부엉이 아냐?  (비 내리고 있어서 현 상황에선 잘 안 보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확대해보니 솔부엉이가 맞다. 


햐~! 요놈들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있었구나!




솔부엉이가 있는 쪽으로 가보니 원래 발견했던 놈은 어디갔는지 잊어먹고 다른 녀석을 발견했다. 

얼레? 몸에 하얀 털이 많은 걸 보니 이소한 유조다! 야~ 무이파 태풍 맞고 죽은 줄 알았는데 전부 요런데 있었구나! 




날았다...  요 녀석들 조롱이보다 더 예민하다. 접근하기가 쉽지않다. 


어차피 곧 미국으로 떠나고 못 만날텐데 오랜만에 부엉이 소리 좀 내보자!  하고 부- 부- 소리를 내어봤다. 

얼레..? 이상하다. 전혀 반응이 없다. 다시 소리를 냈다. 반응이 없다 . 또 한번 소리를 냈다. 반응이 없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녀석들이 뭐하나 보니 평소 햇빛발 잘 받고 아주 멋지게 생긴 나무 위에 앉아있었다.



나무 멋있음 뭐하나..사진이 안 나오는데 



이 녀석은 성조인듯 싶다. 원래 이쪽 숲속은 까치가 굉장히 많았는데 번식기가 끝나서 그런지 까치가 2,3마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롱이가 솔부엉이 자리를 빼앗고 솔부엉이들은 이쪽으로 자리를 옮겼나보다. 



몸 부르르--



녀석은 몸을 털고 이쪽으로 자리를 옮기곤 나를 주시했다. 나는 천천히 한발 짝 한발 짝 옆으로 움직여 사진을 찍다가 가만히 있는 녀석들 계속 보면 뭐하나 조롱이나 찾으러 가야겠다 싶어 자리를 나오다가 



올레! 나뭇가지 사이로 아까 그 유조를 다시 발견했다. 어쩐지..어미가 나에게서 눈을 안 뗀다 싶었는데 곁에 새끼가 있었구나.. 



이소한 솔부엉이 유조~^^   배가 어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얀색이다. 



어미는 아직도 날 주시한다. 



청설모도 옆에 나타나서  우리가 동물 부를 때 쓰는 쮸쮸쥬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닌다. 나를 쳐다도보고.. 아무래도 경계음 같은데 옆에 새끼가 있나보다. 



한 컷에 두 마리 꾸겨넣기.^^



새끼는 세상물정 모르고 여유로은 반면에 



어미는 계속 나를 주시하다가 잠시 한 눈을 팔았다. 그리고 다시 주시... 



청설모 2마리가 계속 싸운다.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이기 때문에 2마리가 싸우는건 못 찍었지만 한 마리가 잠시 멈춰있을 때 찍었다. 

이 녀석 털이 보슬보슬하지 않는 걸 보니 새끼인가보다. 



솔부엉이는 이쯤 내비두고 조롱이를 찾으러갔다. 학원시간이 5시 30분인데 어느세 5시 5분이 되었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빠른지... 



다시 원래 숲 속으로 들어가보니 이번에는 금세 녀석을 찾았다. 녀석은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비를 맞고 있었다. 나 같으면 낮은 곳에 앉아서 비를 피하겠다. 



뒷 모습이라 정면을 찍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럽게 자리를 이동. 



드디어 정면인데....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학원 시간이 되고 학원 교재와 우산은 누나에게 도서관에 있던 누나에게 건네받고 학원으로 갔다. 


박평수 위원장님이랑 통화하게 되었는데 이제 곧 미국으로 떠난다는 얘기도 하고.. '혹시 이런 정보가 필요할까' ......공원에 솔부엉이가 번식을 하고 조롱이를 발견했다고 하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1년 전부터 ......공원에 농약을 안 뿌리기 시작했고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 솔부엉이가 번식하고 조롱이가 찾아왔다는 뭐 이런걸 만들테니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내 이름으로 사진을 붙이고 ^^     다른 곳에 알리지 않고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는데... 다음 카페에 이미 글을 올린게 혹시 문제가 될까..? 

아무튼 솔부엉이가 번식한다고 말하길 잘했다. 


이 복장 그대로 학원가고.... 탐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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