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꼬까울새, 부채꼬리바위딱새

2014. 2. 2. 14:53탐조/2014년





1월 31일 꼬까울새, 부채꼬리바위딱새



설날 전날밤 페이스북 친구의 글에서 AI 관련해서 기자회견을 가지러 서울에 왔다가 한 도심 공원에서 꼬까울새를 관찰했다는 글을 보았다. 

 짤막한 동영상도 함께 올라왔는데 크기는 참새나 딱새처럼 작은 산새 크기로 가슴부터 얼굴이 귤색이고 가슴에는 뒤집힌 하트 모양의 무늬를 지니고 있었다. 

이 작고 앙증맞은 새가 어떤 새인고 하니 주로 유럽권과 북부아프리카, 그리고 시베리아 쪽에서 흔히 보이는 외국 새인데 국내에는 2006년 3월 전남 홍도 철새연구센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기록으로 따지자면 이번이 국내에서의 세번째 기록인데 뭍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 녀석의 출몰 소식이 어찌나 빨리 퍼져나가던지 발견되자마자 많은 사진사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기자회견을 연 주인공보다 더 많은 셔텨세례를 받았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헌데 나를 진짜 설레게 하는 소식은 꼴랑 이 녀석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꼬까울새 급으로 귀하다는 부채꼬리바위딱새도 서울 도심공원에서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부채꼬리바위딱새 역시 2006년에 금강휴게소에서 발견된 것이 첫기록으로 관찰기록이 많지 않은 귀한 새다. 

그 외에도 올 겨울부터 서울 도심 하천인 중랑천에서 발견된 적갈색흰죽지와 붉은가슴흰죽지 라는 이례적인 손님들까지.  


어째서 이렇게 귀한 이국 새들이 우리나라 최대 도시인 서울에서 발견되는 것일까? 

내 생각엔 서울이라는 어떠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새들이 서울을 찾아온다기보다는 서울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귀한 새들도 금방 발견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몇 년전부터 이상하리만큼 미기록종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고 관찰 빈번도도 높아져가는 걸 보니.. 

.. 찜찜하긴 한데 뭐라 콕 찍어 말할 지식 수준이 아니라..ㅜㅜ


(꼬까울새)


올 설에는 친가쪽인 남해에 내려가지 못 했다. 대신 외가 쪽으로.. 

덕분에 새들을 볼 시간은 생겼는데 날씨가 설 당일을 제외하곤 전 후 모두 비가 온다고 하니 녀석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오로지 설날 당일 밖에 없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명절이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시간과 경로를 잘 짜보니 아침 일찍부터 나가면 오후 늦게라도 혼자서 외가 쪽으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어보였다.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새들이 내가 갈때도 그 자리에서 맞이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가능하다면 중랑천에 나타났다는 적갈색흰죽지와 붉은가슴흰죽지도 보고 갔으면 좋았겠지만 우선 꼬까울새와 부채꼬리바위딱새를 우선순위로 세웠다. 

시간이 나면 나머지 녀석들도 보기로 하고 한 지인이 카톡으로 안내해준대로 (감사합니다..!) 서둘러 걸어갔다.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는 건 오랜만에 있는 일이다. 뛰었다 빨리 걸었다를 반복하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서 빨리 가서 보고 싶다. 

오늘도 녀석이 그 자리 그대로 있을까? 



꼬까울새가 발견되었다는 장소로 향하는 중 설날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사진사 2분이 나와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인가 보네'

놀랍게도 내가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사진사분들의 카메라가 향하고 있는 풀숲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선명한 귤빛색 가슴, 꼬까울새다! 



햐... 


촬영을 먼저 와서 하고 계시던 사진사들 옆에 앉아 나도 촬영을 시작했다. 


보통 이런 작은 산새들을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부지런히 움직이느라 바쁠텐데 왜 여기 한곳에만 찾아오는지 궁금했었는데 

현장에서 와서 보니 사람들이 멋드러진 죽은 나무를 올려다놓고 그 위에 꼬까울새가 찾아오도록 노박덩굴 열매를 올려다 놓았기 때문이었다. 




가슴을 볼~록 부풀린 꼬까울새. 

왜 그랬는지는... 



동~그랗게 가슴을 부풀린 꼬까울새 



녀석은 사람들의 산책로 바로 옆에 있는 풀숲을 근거지 삼았다. 풀숲을 절대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위험한 것이 있다 싶으면 바로 풀숲으로 들어가고 괜찮다 싶으면 사람들이 풀숲 바로 앞에다가 뿌려놓은 노박덩굴 열매를 먹으러 나온다. 



뭔가를 토하는 녀석. 열매 같은데.. 씨앗ㅇ?



뒤에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꽂아둔...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 





이렇게... 나무를 올려놓고 그 위에 먹이와 물을 뿌려놓는 것이다. 

즉 연출. 

새를 보기 위해서 유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촬영을 하기 위해서 그 주변을 꾸미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난 이러한 연출을 좋아하지 않는다. 

푸르름과 생명력이 있는 나뭇가지 위가 아닌 죽은 고목나뭇가지, 졸졸졸 흘러내리는 개울물이 아닌 사람들이 부어준 생수물.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꾸민 장소에 딱 맞게 서준 새의 모습이 멋있어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일반인 눈에는 몰라도 내 눈에는 이런 모습들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이 나무를 놓아 촬영하고 있던 아저씨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치우고 싶었다. 

게다가 이렇게 열매를 놓음으로써 새를 더 쉽게 찾고 찍을 수 있을진 몰라도 새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습성을 관찰할 기회가 사라져버린다. 


취미로 생태사진이나 조류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단지 고가의 장비로 셔터 누르는 재미로 찍을 게 아니라 좀 힘들더라도 찾고 기다리는 재미도 느끼면 좋을텐데 요즘은 결과물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사진을 접하기 전, 쌍안경으로만 탐조를 하던 어린 시절에는 산을 오르고 계곡을 돌아다니면서 도감에 나오는 이 새 저 새 찾아다니던 재미가 있었다. 

힘들게 돌아다니다 새를 찾으면 쭈그리고 앉아 쌍안경으로 새의 조그만 움직임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새를 만나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새를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점점 더 멋진 사진, 좋은 사진에만 만족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사진만을 추구하다보면서 새에 대한 애정이 식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언제나 물질인 사진보다는 생명인 새를 더 사랑하고 아끼려고 노력하지만 

어린 시절 때만큼 새를 향한 애정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현재 필드에 나가서 보면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새보다는 새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것을 더 추구하는 듯 하다. 

점점 새 보다는 새 사진에 집착을 하게 되면서 새들의 사생활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비행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날린다던가 

둥지 사진이 잘 안 나온다고 주변 나뭇가지를 잘라내거나 

예술(?)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 안에 있던 새끼 새를 꺼내놓고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장면을 찍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잘 못을 느끼지 못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구도나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꼬까울새가 자주 앉아서 먹이를 먹는 말뚝을 뽑고 

말뚝과 말뚝끼리 묶여있는 공원 줄이 거슬린다며 풀어놓았다. 

돌아가기 전에 다시 원상복구를 한다면야 공공설물 훼손으로 벌금 물을 일은 없을 진 몰라도 

꼬까울새는 자신이 자주 앉던 말뚝과 줄이 사라지자 선뜻 풀숲 밖으로 잘 나오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탐조문화가 잘 발달된 유럽이나 미국 같은 곳에선 이러한 연출촬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지 궁금하다. 

탐조수칙 중에 촬영을 위해서든 뭐든 어떠한 경우에도 서식지 파괴는 안 된다는 조항을 본 거 같은데.. 


(뒷 배경 윗사진이랑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말뚝이 없다.)


말뚝이 사라지자 덩어리 채로 물어가서 바로 풀 숲으로 숨어버린 꼬까울새 


한국을 찾아와줘서 고맙고 만나서 반갑기도 했지만 

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오래 있을 곳은 못 되어 금방 자리를 떠났다. 


부채꼬리바위딱새가 있는 곳은 상황이 어떨까? 

설날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 꼬까울새가 있는 곳도 기껏해야 4명이었는데 거기는 더 적지 않으려나?  





음... 


부채꼬리바위딱새가 나타난다는 장소는 커다란 하수구였다. 

정체모를 거품과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이런 지저분한 곳에 살고있다니, 먼 길을 날아와 왜 이런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취향 한번 참 특이한 놈이다. 

하수구 안이 따듯해서인가? 

아무래도 꼬까울새보다는 부채꼬리바위딱새가 더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열명이 넘는 사진사들이  하수구 앞에서 녀석이 나타나주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새가 나타날 수가 있나?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진을 치고 앉아있는 걸 보니 새가 와주기는 하나보다. 

이곳도 꼬까울새가 있던 곳과 마찬가지로 부채꼬리바위딱새가 가까이 와서 앉을 수 있도록 돌들을 땅에 꽂아놓고 주변엔  먹이를 뿌려놓았다. 

사람들이 뿌려놓은 먹이가 없었다면 이런 지저분한 하수구에서 어떻게 밥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게 참 궁금한데 사람들이 먹이를 한 가득 부어놓았으니 알 길이 없다. 




(부채꼬리바위딱새 수컷) 


내가 도착한지 얼마 안되서 어두컴컴한 하수구에서 조그만 검은색 그림자가 쫑긋 쫑긋 움직였다. 

조그만 공모양의 검은색 실루엣, 녀석이 틀림없다. 

바깥을 상황을 살피면서 조심성 있게 움직이던 실루엣은 점점 밝은 곳으로 나와줬다. 


몸은 한라봉 마냥 통통하고 주황색 꼬리깃을 제외하곤 모든 몸이 푸른 신비한 색. 드디어 부채꼬리바위딱새를 만났다. 



그러나 너무 많은 수의 사람이 있는 것을 의식한 녀석은 나갈가 말까 간을 보고, 들어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밀당을 할 뿐 

좀처럼 하수구 밖으로 나오질 못 했다. 



가끔 밖으로 나온다고는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쪽은 가지 않고 하수구 입구에 근접한 돌까지만 나왔다. 

이 돌 위에도 사람들이 뿌려놓은 먹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먹거나 수면을 스치듯 날면서물을 떠마시는 모습을 보여줬다. 



새한테도 나한테도...여기 역시 오래 머물 곳은 못 되겠다. 

한번 본 걸로 만족한다. 


쇠부엉이를 보러 다른 곳까지 가봤으나 보지는 못 하고.. 







(물을 마시는 참새)


몇 나뭇가지들이 수면까지 닿아있자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를 타고 물을 마신다. 

부채꼬리바위딱새도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