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 01:04ㆍ탐조/2014년
2014 송도 정리
- 이게 지금.... 마지막으로 글 쓴지가 1년이 넘었네.
대학교에 들어오고부터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올리지 못 했는데
요즘 탐조에 다시 불이 붙기도 했고 기록을 다시 시작하는게 좋을 거 같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그간의 탐조기록은 간추려서 올리도록 한다.
그 첫번째가 2014년 송도.
지난 1년간 송도에서 살면서 느낀 '송도'를 표현하자면.. 딱 위의 사진과 같다.
대한민국 최고로 살기 좋은 곳이니 뭐니 송도를 찬양하던 학생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열어보니 질소뿐인 과자봉지 같은 곳이었다.
입학할 때만 해도 송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저렇게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학생들이 송도에 가는 것을 유배라고 표현할 정도로 끔찍하게 여겼다.
in서울이 아닌 인천의 이름 모를 바닷가에 오게되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럴만도 하다.
나는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보다도 적어도 앞으로 1년동안은 송도가 나의 나와바리가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었다.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물떼새, 도요새들이 찾아오는 이곳에서 1년동안 살게된다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기숙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탐조를 했던 날.
기숙사 바로 앞에서 아침햇살과 함께 목욕을 하던 저어새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래 이게 송도지.
내가 송도에 왔음을 온몸으로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송도의 상징 저어새섬
저어새를 항상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저어새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는 기이한 상황이 오고...
다른 새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라서 그랬던거 같다.)
나는 송도에 오면 꼭 보고 싶어했던 것이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 장면이었는데
돌이켜보이면 14년 이 봄, 여름동안 이 새들의 둥지를 찾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었던 거 같다.
아마 어릴 때 책에서 검은머리갈매기 사진을 보고 취향저격을 당한 적이 있어서
그런 사진 속 장면 같은 모습을 보고 싶어한 거 같다.
빨간점 - 연세대 기숙사
연두색과 하얀색은 가장 가깝고 새들이 많은 유수지와 고잔갯벌이다.
그냥 얌전히 유수지와 고잔갯벌만 탐조했어도 정말 다양하고 많은 새들을 볼 수 있었을텐데
괜히 검은머리 갈매기와 물떼새들 번식장면을 보겠다고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힘을 뺐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지금은 멋있는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지만 이때만 해도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서 자전거와 위장텐트를 가지고 와서 열심히도 돌아다녔다.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새들의 번식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을 거란 생각에 항상 필사적이었다.
위성지도를 보고 새들이 있을 것 같은 곳은 모두 찾아가 봤다.
그 결과가 노랑색은 군사지역이자 신도시건설지역으로 검머갈과 검머물의 번식을 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곳이었으나
출입이 불가능했다. 군사지역 이니까 당연한 얘기다.
환경청인가 허가를 받으려고 전화도 걸어보았지만 공문이 없으면 불가 하다고 단칼에 접혔다.
미련하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철책을 넘어 들어가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까 사람들도 낚시하러 다 들어가더라)
철책이 허술했던 덕분에 어렵지는 않았는데 땅이 너무 넓어서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잘하면 군인들 총에 맞을 수도 있다고 해서 바로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1, 2년 전만해도 이 노랑색 지역이 검은머리갈매기와 물떼새의 최대 번식지였다고는 하는데...
두 눈으로 그곳을 보았을 땐 이미 최대번식지라는 말도 다 삽질 아래 묻힌 옛날 이야기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파랑색은 아암도라는 바위 섬이 있는 갯벌 구간인데 가서 새들을 볼 수 있냐는 그 날 거기에 낚시꾼들이 있냐 없냐에 달렸다.
낚시꾼들이 없는 날에는 수 백 마리의 도요새들을 볼 수 있었지만...있는 날에는 열 마리도 보기 힘들다.
불행하게도 이곳은 부지런한 강태공들이 나와서 진을 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검은색은 소라습지생태공원과 시흥갯벌공원... 자전거 타고 산책하기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곳에서 개개비사촌을 종추.
자주 가지는 못 했다.
캠퍼스 도서관에서 바라본 고잔갯벌이다.
앞쪽 펜스 사이에 있는 땅은 연세대 국제캠 건설장인데 저 상태로 만들어 놓고 진척이 없다 .
연세대가 들어오기 전... 그러니까 1년 전만 해도 이곳에 넓부도는 물론이고 새들이 엄청 많았다는데.. (김용대 아저씨에게 들었다.)
도요새는 고사하고 이제 저 공사판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 두 쌍만이 번식을 하여 새끼들을 길러냈다.
다음 해 부턴 한 쌍도 남아있지 않을 거 같다. 사실 그 두 쌍도 저런 곳에서 번식을 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니.
펜스 뒤쪽으로는 고잔갯벌인데... 보면 알겠지만 인천시가 매우 활발한 매립활동을 하고 있다.
갯벌의 90%를 매립하고 10%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창조경제적인 발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 매립지 안 쪽에 어쩌다가 물웅덩이가 생긴 모양인데
저어새들이 이소한 새끼들을 데리고 모두 저곳에 날아가서 쉬기도 했었다.
저 모습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공사장 안으로 침투할 방법을 모색.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들에게 여러 번 제제당했다.
한참 후에 마침내 들어갈 경로를 알아내어 저어새들이 있던 곳에 갔었을 때는 이미 저어새들이 송도를 떠나고 없었을 때였다.
그리고 그 웅덩이 자체도 매립 되어 있었다. 있을 리가 없지...
그랬다. 송도는 존나 꿈도 희망도 없는 매립의 도시였다.
어딜 가나 공사판이었고 새들이 설 땅은 없었다.
검은머리물떼새
노랑색 지역에 철책을 넘어 들어가서 본 모습이다. 넓은 초지에 과연 물떼새들이 번식을 하기에 좋은 장소로 보였다.
그러나 여기도 공사가 진행 중.
철책 앞으로 물이 흐르는데 그곳에 제비갈매기 수 십 마리가 떼를 지어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정말 괜히 갔다 싶었던 보라지역
자동차라면 모를까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무리수였다.
바람도 장난 아니고 도로도 좁아서... 아무튼 고생만 하고 왔던 곳.
썰물 때 도요새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갔으나 밀물 때라 아무것도 못 보았다.
바다에는 민물가마우지들 뿐..
간척지에는 넓은 모래톱이 있었는데
백로류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노랑부리백로들이었다.
갈매기 무리들도 있었는데
그때는 동정할 줄도 모르고 갈매기들한테 관심이 많지 않아서 대충 보고
아무튼 그렇다.
욕심이 많았어서 새 사진을 찍겠다고 돌아다니다가
정작 재미난 탐조는 제대로 못 한... 송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효율적으로 이용 못 하고 1년을 허망하게 보내버린 점이 없지 않다.
심지어 송도에 금눈쇠올빼미 번식 기록도 있어서
걔 찾겠다고 시간을 왕창 쏟아부었다..
성과는 꽝. 얘네들이 진짜 있을 것 같은 장소들만 찾아냈다. 도요나 볼 걸..
아래 3사진은 송도에서 매일 같이 볼 수 있었던 3종.
연대 옆에 미국 뉴욕주립대 캠퍼스가 있는데 아파트 같은 기숙사에 황조롱이들이 날아 다니는 게 항상 보였다.
연대 캠퍼스 안에서도 가끔 매 한 쌍이 날아 다니는 게 보이기도 했고
방에 앉아있으면 창문 밖으로 검은머리물떼새들이 눈높이에서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새.
민가마
영상 공부를 해본다고 찍었던 영상.
처음 해본 거라 영상 길이도 지나치게 길고 흐름도 지루하지만... 그간 송도에서 본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후진 DSLR장비로 어떻게 새들을 영상으로 찍을 생각을 했을까 싶다. 참 미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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